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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사드 일단락, 롯데 앞길은 아직 ‘살얼음’

신동빈 회장 불구속, 사드 배치 협력 결정에도 재판 ‘본게임’ 장기화 노심초사

2016.10.04(Tue) 20:36:29

“대승적 차원에서, 돈에 대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쩨쩨하게 굴지 않을 겁니다.” 

 

검찰이 청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음에도,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3부지로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CC·골프장)이 확정된 후 국방부 실무진과 접촉하기 시작했다”며 “국방부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회장님 수사 건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잡음을 크게 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월 2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떠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주 금요일(1일) 사드 제3부지로 롯데 성주CC를 발표한 뒤, 롯데 측에 공식적인 ‘매각’ 제의를 시작했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오간 내용은 전혀 없다”며 “하나하나 조금씩 의견을 맞춰가는 상황”이라고 밝힌 상황. 금액 등 예민한 부분은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롯데는 이미 ‘양보’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얼마의 가격을 산정해서 우리 골프장을 매입할지 모르겠지만, 100억, 200억 원 정도의 금액 차이라면 대승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롯데그룹 수사 등 올 한해 ‘흠집’난 대외 이미지를 고려할 때, 국가에 이바지하는 쪽으로 만회해보겠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리 그룹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한 것을 봤느냐”며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방부에는 호재다. 1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골프장 매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국방부가 아니던가.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골프장들의 영업이 힘들다고 하지 않느냐”며 “롯데가 얼마를 부를지 모르지만,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더 낮아질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매입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김천시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더 이상의 잡음은 피해야 하는 게 국방부다. 비판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롯데 골프장 매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부 야권에서 거론됐던 매입 ‘비용’ 지적을 피하기 위해 토지 맞교환도 검토 중인데, 수도권 일대 군 소유 토지를 롯데 측에 대신 넘기는 방안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땅값을 제대로 쳐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롯데 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부기관은 제대로 땅 값을 쳐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 개발 가능성이 있는 군부대 땅을 받는 것도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면서도 “아직 국방부로부터 구체적인 대토 리스트를 받지 못했고, 우리 골프장에 대해 얼마를 산정했는지 몰라서 확실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롯데는 한때 “사드 배치에 관여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중국 정부 입장 때문에 “롯데라는 그룹 이름을 빼고 ‘성주골프장’으로 써 달라”고 국방부 기자단에 요청할 정도로 고심했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기류가 다소 꺾이면서 국방부의 요청에 공식 협력 발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 초부터 계속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와 사드 제3부지 선정 등 롯데의 속을 썩이던 이슈 관련 큰 결정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롯데그룹의 고심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음 걱정이 시작된 것. 롯데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미 변호인단을 통해 불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막상 영장이 기각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남은 수사, 재판 일정 등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재판에서 실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신동빈 회장처럼 횡령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만큼 롯데 측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가벼운 죄명을 적용하라고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파기 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의 악화된 건강 상태는 이미 양형에 고려됐던 사안, 죄명을 더 처벌이 약한 것으로 변경한다”면서도 실형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는 것도 신 회장에게 불리하다.

 

불구속에 따른 재판 장기화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피의자가 구속이 된 경우 인권 등의 문제로 1심 재판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1심 기준 6개월), 불구속의 경우 길게는 2년 이상도 이어지기 때문. 롯데 정책본부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간다고 하지만 이제부터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며 “회장님 재판이 끝날 때까지 맘 편하게 있기는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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