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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불법과격시위에 가담하면 물대포에 죽어도 되는가

논리와 법리로만 따져본 물대포 살수

2016.10.04(Tue) 20:31:49

우리나라에 법 잘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논리와 이성으로 완전 무장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뭐 나도 따뜻한 감성과는 괴리가 있는 인간이기에, 감성 쫙 빼고 논리와 법리로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불법 과격 시위에 가담한 사람은 물대포에 맞아 죽어도 되는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 물대포를 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행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선택된 수단과 당해 행정목적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결국 이 사안의 쟁점은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가 될 것이다. 행정법상 일반원칙 중 하나인 ‘비례의 원칙’은, 국민의 권리와 자유의 제한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를 둔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이 비례의 원칙은 모든 행정분야 및 모든 행정권 행사에 적용되며, 경찰권 발동의 한계가 되는데, 이하 3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1. 적합성의 원칙(적합하고 유용한 수단이었는가?)

경찰 측에 따르면, 물대포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 한다. 게다가 그 위력을 보니 유용성에는 일말의 의구심도 들지 않는다. 문제는 다음이다.

 

2. 필요성의 원칙(최소 침해의 수단이었는가?)

‘경찰 장구 사용 매뉴얼’을 살펴보면, 물대표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수차 납품업체의 매뉴얼에는 ‘사람에게 직접 발사할 경우 매우 위험하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매뉴얼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납품업체의 경고를 등한시한 물대포 살수는 최소 침해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 물대포 시연 과정을 통해서도 그 문제점은 드러났다.

 

3. 상당성의 원칙(수단상 침해의 정도와 공익상 필요의 정도 사이에 비례성이 유지되는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대포 살수를 통해 달성한 시위 진압이라는 공익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걸까? 사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국가권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라는 객관적 사실만 보아도 이미 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경찰 비례의 원칙’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경찰권의 발동은 사회 공공질서 유지를 위하여 참을 수 없는 위해 또는 위해 발생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즉, 경찰은 참새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의 ‘탈리오 법칙(lex talionis)’에서 기인한 것인데,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 법은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쇄살인마의 사형 집행도 유보하고, 사형수들의 생명권을 위해 투쟁하는 세상 아니던가. 하지만 ‘탈리오 법칙’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번 사안은 이익형량이 심히 균형을 잃은 경우라 보인다. 왜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은 고대 이전으로 회귀하려 하는 걸까?

 

상부의 지시에 따랐을 경찰관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잘못을 통감하지 않고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려는 사람들. 그럴싸한 인터넷 게시판 글 하나 읽고 와서 평생 법공부만 하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폄하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론장에서 주축을 이루는 걸 막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훈 법학대생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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