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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입에 쓴 꽃이 몸에 달다, 과남풀

2016.10.04(Tue) 15:40:56

과남풀(용담과, 학명 Gentiana triflora f. japonica(Kusn.))

 

아스라이 높아져 가는 맑고 푸른 하늘, 더운 여름 지나고 상큼한 초가을에 산행하면 가을꽃들이 하나둘 선을 뵈기 시작한다.

 

가평군 화악산 중봉에서 만난 과남풀, 청옥보다 고운 선연한 푸른빛에 눈이 부신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할 정도의 강렬한 색상이다. 꽃이 피어도 꽃잎이 반쯤밖에 열리지 않아 먹물 가득 머금은 선비의 붓끝처럼 단정한 모습이다. 봉곳이 내미는 탐스러운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뭔가 수줍어 못다 피우고 머뭇거리는 듯하지만, 큼직한 꽃망울과 강한 남색이 힘차 보이기도 하다.

 

과남풀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높은 산 중턱 이상의 햇볕이 잘 드는 등산로 옆에 잘 자라며 강한 색상이 눈에 띄어 흔한 듯하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용담의 한 종류이며 잎이 칼처럼 생겨서 전에는 칼잎용담이라 했는데 최근에 큰용담과 함께 과남풀에 통합되었다. 그런데 과남풀이라는 이름에 생소한 느낌이 들어 그 어원을 찾아보았다.

 


조선시대 향약채취월령에 관음초(觀音草)라 기재되었고, 동의보감에서는 관음풀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관음풀이 과남풀로 불리게 된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원래 쓴 식물은 건위제 및 강장제로 쓰이는데 과남풀, 용담 모두 한방에서는 용의 담처럼 쓴 뿌리를 가졌대서 동일하게 용담으로 부른다. 따라서 몸에 이로운 기능이 불교의 관음과 같다고 하여 관음초라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꽃의 색깔이 보라색보다 남색이 과()한 꽃이어서 과남풀이라 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과남풀은 주로 810월에 꽃을 피우는데,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없고 꽃 통은 종 모양이며 끝이 56갈래로 갈라지고 꽃부리를 활짝 열지 않는다. 꽃과 잎 모양 등이 용담과 매우 비슷하지만, 과남풀은 잎맥의 3맥이 뚜렷하고 꽃은 남색이 진하며 꽃받침이 젖혀지지 않은데 용담은 주맥만 뚜렷하고 꽃은 보라색이며 꽃받침이 뒤로 젖혀진다.

 

용담과 같이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한방에서는 가을에 뿌리를 캐서 말린 것을 용담(龍膽)이라 하여 소화불량, 쓸개염, 황달, 두통, 방광염, 요도염 등에 처방했다고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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