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친박계 좌장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검찰의 재조사를 받게 됐다.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공개 재판에서 관련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인데, 박 전 이사장의 ‘폭로’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자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뒤늦게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당초 제기됐던 최경환 의원 관련 의혹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 채용 관련 서류 평가에서 2299등에 머물렀던 최경환 의원실 인턴 출신 황 아무개 씨가 최경환 의원의 외압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자료를 공개한 것.
공단 측의 두세 차례 점수 조작이 있었음에도 황 씨는 하위권으로 분류돼 불합격이 예정됐지만, 박 전 이사장이 최 의원에게 합격시키라는 최종 압력을 받은 뒤 최종 36등 안에 들어 채용될 수 있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최경환 의원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돼 인턴이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며 “의혹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자연스레 검찰 수사로 이어졌는데, 사건의 ‘키’를 들고 있던 박 전 이사장은 수사 초반 최경환 의원 편을 들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에서 “최 의원이 부탁한 것은 맞지만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최 의원 등의 청탁은 채용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범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잘나가는’ 최 의원을 소환 조사도 없이, 4장 분량의 우편을 통한 서면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리 된 최 의원과 달리, 최 의원을 살린 박철규 전 이사장은 재판에 넘겨졌다.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황 씨를 채용하려 한 것은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 홀로 처벌을 받게 된 것이 억울했는지 박 전 이사장은 재판에서 ‘폭로자’로 돌변했다.
지난 9월 21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최 의원이 인턴 황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했고, 직접 만나 채용이 어렵다고 반대 의견도 전달했지만 최 의원이 ‘믿고 써봐라! 그냥 해!’라고 채용을 종용해 어쩔 수 없이 뽑았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최 의원은 “황 씨가 2차 전형까지 올라왔지만, 외부 인원이 채용에 강하게 반발한다.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박 전 이사장의 보고를 듣고 “내가 결혼까지 시킨 아이”라며 채용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던 안양지청이 재수사 의사를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지청’ 단위에서 유력 정치인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정권의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의지가 있다면, 서울중앙지검 등 대검찰청의 정치·정무적 판단을 잘 읽을 수 있는 큰 지검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사건 재배당을 통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명분도 있다. 실제 안양지청에서 무혐의 처분을 한 직후 시민단체에서 “재수사를 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의지에 달린 문제 아니겠습니까?”
검찰의 정치인 수사 흐름에 정통한 한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모든 정권을 뒤돌아 봤을 때 정권 4~5년차에 항상 아들 등 친인척이나 최측근이 과도하게 정권과 가깝다고 과시하다가 다치지 않았느냐”며 “검찰에서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진행해도 문제될 게 없을 정도로 최 의원이 빈틈을 보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정에서 이미 진술을 했기 때문에 법원은 검찰의 1차 진술보다 법정 진술에 더 신빙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결국 박 전 이사장이 왜 마음을 바꿔 진술을 번복했는지에 대해서만 검찰이 소환 조사를 통해 입증하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 판단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진경준 검사장 구속, 김형준 부장검사 구속 등 올해 검찰 내부의 각종 비위 사건들은 다음 정권이 야당으로 바뀔 경우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데 이용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 수사는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 내에서는 최 의원의 각종 비위 첩보 여러 건이 이미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 수사를 벌이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이미 최 의원에 관련된 첩보가 검찰에 여러 건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최 의원이 수사 대상 우선순위에 올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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