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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인턴’ 재수사, 검찰 의지 ‘재배당’ 보면 안다

초기 수사 안양지청 수준에서는 제대로 수사 어려워…시민단체 중앙지검 고발 명분도 있어

2016.10.03(Mon) 08:57:12

인턴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친박계 좌장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검찰의 재조사를 받게 됐다.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공개 재판에서 관련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인데, 박 전 이사장의 폭로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자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뒤늦게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당초 제기됐던 최경환 의원 관련 의혹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 채용 관련 서류 평가에서 2299등에 머물렀던 최경환 의원실 인턴 출신 황 아무개 씨가 최경환 의원의 외압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자료를 공개한 것.

 

공단 측의 두세 차례 점수 조작이 있었음에도 황 씨는 하위권으로 분류돼 불합격이 예정됐지만, 박 전 이사장이 최 의원에게 합격시키라는 최종 압력을 받은 뒤 최종 36등 안에 들어 채용될 수 있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최경환 의원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돼 인턴이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며 의혹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자연스레 검찰 수사로 이어졌는데, 사건의 를 들고 있던 박 전 이사장은 수사 초반 최경환 의원 편을 들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에서 최 의원이 부탁한 것은 맞지만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최 의원 등의 청탁은 채용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범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잘나가는최 의원을 소환 조사도 없이, 4장 분량의 우편을 통한 서면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리 된 최 의원과 달리, 최 의원을 살린 박철규 전 이사장은 재판에 넘겨졌다.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황 씨를 채용하려 한 것은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 홀로 처벌을 받게 된 것이 억울했는지 박 전 이사장은 재판에서 폭로자로 돌변했다.

 

지난 921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최 의원이 인턴 황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했고, 직접 만나 채용이 어렵다고 반대 의견도 전달했지만 최 의원이 믿고 써봐라! 그냥 해!’라고 채용을 종용해 어쩔 수 없이 뽑았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최 의원은 황 씨가 2차 전형까지 올라왔지만, 외부 인원이 채용에 강하게 반발한다.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박 전 이사장의 보고를 듣고 내가 결혼까지 시킨 아이라며 채용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던 안양지청이 재수사 의사를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지청단위에서 유력 정치인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정권의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의지가 있다면, 서울중앙지검 등 대검찰청의 정치·정무적 판단을 잘 읽을 수 있는 큰 지검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사건 재배당을 통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명분도 있다. 실제 안양지청에서 무혐의 처분을 한 직후 시민단체에서 재수사를 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의지에 달린 문제 아니겠습니까?”

 

검찰의 정치인 수사 흐름에 정통한 한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모든 정권을 뒤돌아 봤을 때 정권 4~5년차에 항상 아들 등 친인척이나 최측근이 과도하게 정권과 가깝다고 과시하다가 다치지 않았느냐검찰에서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진행해도 문제될 게 없을 정도로 최 의원이 빈틈을 보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정에서 이미 진술을 했기 때문에 법원은 검찰의 1차 진술보다 법정 진술에 더 신빙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결국 박 전 이사장이 왜 마음을 바꿔 진술을 번복했는지에 대해서만 검찰이 소환 조사를 통해 입증하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 판단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진경준 검사장 구속, 김형준 부장검사 구속 등 올해 검찰 내부의 각종 비위 사건들은 다음 정권이 야당으로 바뀔 경우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데 이용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 수사는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 내에서는 최 의원의 각종 비위 첩보 여러 건이 이미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 수사를 벌이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이미 최 의원에 관련된 첩보가 검찰에 여러 건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최 의원이 수사 대상 우선순위에 올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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