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 오늘, 2014년 10월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는 “중장기적 의료기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메디슨㈜와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0년 5월 삼성전자는 그룹의 미래 동력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선정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1년 뒤인 2011년, 삼성전자는 초음파 기기 전문 업체 메디슨을 자회사로 인수했다.
그러나 그야말로 ‘의미 없는 왕좌’였다. 매출액 규모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 1위를 유지했지만 좋은 영업이익 실적을 내는 오스템임플란트, 바텍, 아이센스 등의 최상위 업체들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1년에만 3000억 원을 넘은 삼성메디슨의 매출은 이후 4년 연속으로 2000억대에 머물며 한껏 부풀었던 기대와 달리 계속해서 고전했다.
삼성메디슨의 부진 원인으로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강력한 진입장벽이 지목됐다. GE, 지멘스 등 기존의 의료기기업체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한데다가 신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강 관련 시장이다 보니 신규업체의 진입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합병은 무산되었다. 지난해 3월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은 ‘KIMES 2015(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행사장에서 계속해서 제기되는 합병설에 대해 “(추후에도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 공시’ 이후 2년이 지났다. 여전히 삼성메디슨은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메디슨은 매출액 1194억 원에 영업 손실 184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1393억 원, 영업손실이 81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은 줄고 손실은 커진 달갑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골칫덩이’로 전락한 삼성메디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력 감축과 해외법인 정리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일본 법인을 시작으로 10여개의 해외사업부를 정리했다. 지난 2분기에는 독일 사업법인 소노에이스도이칠란드(SMDE)를 청산한데 이어 올해까지 인도 법인도 정리할 계획에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세계 의료기기 3대 메이저인 GE, 필립스, 지멘스도 M&A를 통해 커왔듯 결국 삼성메디슨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의 합병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경영진들도 ‘풍전등화’ 상태인 삼성메디슨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최근에는 전동수 삼성메디슨 대표가 직접 나서 지난 2013년부터 감사를 맡았던 현 박광채 삼성전자 의료기기 지원 팀장을 사내이사로 배치했다. 오랫동안 삼성메디슨의 내부사정을 검토한 사람인 만큼 개선할 점이나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상장기업 36개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8% 증가한 2조원이며 연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2014년 4개사에서 2015년 삼성메디슨, 오스템임플란트, 신흥 등 6개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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