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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제목없음' 시대의 성교육

2016.09.29(Thu) 18:06:53

IT 발달을 포르노가 주도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연구소간 문서 교류용으로 웹을 구상한 팀 버너스리의 발명에 대해 처음에 세상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웹을 통해 ‘포르노’가 국경을 건너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웹이라는 혁명(?)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기록장치 생산업체 씨게이트의 CEO 빌 왓킨슨은 2006년 CNN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솔직해집시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소비자들이 쓰잘데기 없는 소프트웨어를 더 많이 사고, 야동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렇다. 정보혁명의 확산은 포르노에 대한 접근비용을 한없이 0에 수렴하도록 만든 과정이었다. 

 

 

그 위대한 혁명의 도정이 어디쯤 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구글에 ‘제목없음’을 쳐 보면 알 수 있다. 이 건조한 키워드를 구글에 입력하는 순간 끝도 없는 포르노가 쏟아진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구글신’은 많은 이들에게 ‘멋진 신세계’를 선사하지만 이에 따른 걱정도 생긴다. 바로 아이들의 성교육 문제다. 과거의 성교육은 미성년자를 성인물로부터 차단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사회와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죄악’이라고 주입시켰다. 청소년을 보호할 사명을 갖고 이 땅에 존재한다는 정부 부처는 ‘당신이 성인임을 인증해야만 보여준다’는 성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인사이트 접속 여부를 밝혀내고 이를 차단하고 혼쭐을 내며 아이들은 이 불경한 것으로부터 떨어뜨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의미하다. 어떤 규제와 장치를 만든다 해도 온 세상이 인터넷에 연결된 세상에서 아이들을 성인물로부터 떼어놓을 수는 없다. 우리 아이가 너무나 순진하고 착할지라도 스마트폰에 ‘제목없음’만 입력하면 포르노와 만나는 세상, 포르노의 비용이 0인 시대가 됐다. 

 

이제 성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누구나 포르노를 본다는 사실을 전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대전제는 어떠한 아이라도 ‘야동’을 볼 수 있고 본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나쁜가를 가르쳐야 한다. ‘나쁜 야동’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의 세대는 모든 포르노는 나쁘다 배웠기에 역으로 모든 성인물을 같은 잣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명히 일반적인 포르노보다 더 나쁘고 악질적이고 심지어는 범죄적인 포르노가 존재한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이것을 가르쳐야 한다. 

 

 

우선 미성년·아동포르노와 리벤지포르노와 같은 명백한 범죄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이런 영상물은 소유는 물론 감상 자체도 범죄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시민들이 법을 준수하는 것은 상당 부분 그것이 상식이라고 교육받은 데에서 기인한다. 아동포르노와 리벤지포르노가 범죄라는 인식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확실히 정착되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겐 확실히 교육하여 사회의 상식으로 확립시켜야 한다.

 

또 포르노에 대한 교육을 통해 대상을 비인격적인 ‘물건’으로 인식하고 묘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도 제공해야 한다. 포르노라는 매체 자체가 인간을 성적도구로 삼는다는 점에서 ‘좋은 포르노’라는 말은 형용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기준이 존재하며, 그 나쁘다는 포르노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얘기해줘야 한다.

 

성관계 유경험 미성년자의 평균연령이 14세 전후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피임과 콘돔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고, 피임기구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 역시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으나 콘돔을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 아이들은 보기만 할 뿐 아니라 ‘하기도 한다’는 불편한 사실도 받아들이고 가르치기 시작해야 한다.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 가르침만 따르며 순진무구하게 성장하길 아마 많은 부모가 바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은 욕구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다. 더구나 정보화 시대에는 아이들이 부모의 머리꼭대기에 있다. 이제는 이 ‘뉴노멀’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진짜 성교육이라는 게 필요한 시대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남궁민 ‘예술을 빌려드립니다’ Palet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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