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시대, 말이 많은 만큼 탈도 많다. 전파 관련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 여전히 국내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불법 드론 유통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큰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 제도는 전파법에 따라 드론을 포함한 방송통신기자재를 제조· 판매하거나 수입하기 이전에 받아야 하는 인증 제도이며,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파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제조된 드론은 검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국내 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 1대에 한하여 개인이 사용하기 위한 기자재는 이에 적용받지 않으며 제조사가 직접 국내 전파인증원에 인증 받은 경우엔 별로도 이를 받을 필요가 없다.
전파 관련 적합성평가 제도는 전파가 공공재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즉 일부 기기가 지나치게 강한 출력을 내어 다른 기기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전파에 혼선을 일으키는 일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적합성검사를 받지 않고 드론을 제조·판매·수입하여 단속된 경우가 지난해 43건, 올해는 7월 말까지 모두 13건이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드론 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보았을 때 상당히 미미한 수치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관리 인력 수 등 검사 여건에 대한 한계로 철저한 단속이 어렵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점점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적합성 평가 제도는 구매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도 하지만 여전히 적합성 평가는 반드시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의 수치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13건이라는 수치가 적어보일 수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며 “이미 유통된 불법 제품에 대한 관리는 힘들기 때문에 통관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지난 7월 말부터 국세청과 협업 검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전파 관련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드론이 다양한 ‘꼼수’를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한 드론 업체 관계자는 “많은 판매·수입업자들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과 몇 주간의 검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적합성 검사를 피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판매는 단속되기 쉽기 때문에 해외구매대행이라거나 인증 받은 기체를 일부 끼워 넣는 식으로 속이고, 오프라인에서는 드론을 비밀 창고에 보관해 판매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도 적발된 서울의 한 유명 유통 상가는 연 매출액이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들었다. 전파인증 비용 없이 현금이 바로 들어오니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며 “검사 비용이 워낙 비싸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판매하려는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건 문제가 있다. 이 분야의 내부를 파고들면 지하경제의 규모를 체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드론 관련 커뮤니티에는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재품을 중고로 재판매했다가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1대까지 해외직구 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이를 국내에서 중고로 되파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 카페 회원은 “전파인증 제품은 이제 중고 장터에서도 귀한 몸이다. 중고로 팔 생각이면 처음 살 때부터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론 전파 관련 적합성평가 비용은 기기의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전파시험인증센터 관계자는 “법정 수수료, 시스템 비용 등의 기본적인 심사비용 16만 5000원에 더해 적합성평가 비용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가격이 늘어난다”며 “심사기간은 대개 5일 정도이며 적합성평가 기간은 보통 3~4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드론 판매업자들은 국내 드론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규제들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드론 판매업자는 “중국에 비해 기술력도 부족하고 산업적인 인프라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지나치게 늘어나면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밖에 없다. 완구용 드론을 검사받는 데에만 480만 원가량이 들었다”며 “그렇지만 규제 자체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단속을 제대로 하여 정직하게 판매하는 사람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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