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대한항공 계열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에서 자사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병가 휴가를 신청할 때 여권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었다. 진에어는 LCC 1위 다툼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진에어는 이 지침을 철회하면서 “실제 여권 반납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으니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 9월 24일 진에어가 공지한 ‘허위병가에 대한 본사 대응 방침’이란 글이 화제가 됐다. 진에어는 “최근 병가를 내고 개인적인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발생하여 나머지 승무원들이 더 많은 비행을 부담하게 된다. 병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행위는 병휴 제공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이에 따른 본사 대응 방침으로) 병가 신청 시, 관련 진단서와 개인 여권을 본인이 직접 제출 바란다”라고 했다.
진에어가 이 같은 공지를 낸 배경은 조종사들의 이직 문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조종사 수요가 많고 높은 연봉을 조건으로 내거는 중국으로 조종사들이 이직하는 추세다. 이에 진에어에서도 조종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방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A 항공사 기장은 “저비용항공사에서는 휴가를 잘 안 내주고, 여유인력이 많지 않아서 소속 조종사들이 중국 등으로 이직할 때 주로 병가를 내서 시험을 보고 왔다”고 설명했다.
진에어의 이 같은 방침에 조종사들 대부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조종사들의 커뮤니티에서 는 “가지가지 한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커뮤니티 소속 한 노무사는 “위와 같은 공지는 중소기업 사업주가 이주(외국인)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위법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여권법 16조는 ‘채무이행을 담보로 여권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공받은 자와 제공한 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권을 제공하는 자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유념하시고 회사에 당장 공지 내리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26일 진에어에서는 이 같은 공지를 취소하는 재공지를 내렸다. 진에어는 공지에서 “병가 시 여권을 맡기는 부분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여권 반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다만, 병가 중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승무원에 대한 처리 절차는 별도 검토하여 수립하겠다”며 “여러분의 여권과 비자는 만료일이 도래하면 회사에서 갱신 비용을 전액 지불하고 있다. 여권 비자 지원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여권 반납의 지침을 공지한 이유는 여러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방안이었고, 현재 병가 중인 승무원에게 실제 여권 반납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으니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진에어 관계자는 “7~8월 최성수기에 비행 스케줄은 많은데 병가 내고 휴가 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다른 기장들의 스케줄 압박이 더 커져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일각에서는 병가 내고 중국으로 면접 보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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