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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들이여, 사일로(silo) 문제 해결하라

2014.03.05(Wed) 17:46:58

고교 야구선수 중 최고의 타자인 마동탁과 독고탁. 청룡기 대회에서 마동탁 선수는 3할 4푼, 독고탁 선수는 3할 3푼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어 개최된 봉황기 대회에서 마동탁은 3할 5푼, 독고탁은 3할 4푼의 타율을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마동탁의 타율이 높았다. 하지만 대학 스카우터들이 2개 대회 타율을 합산한 결과, 예상과는 달리 2개 대회 타율이 낮았던 독고탁 선수의 타율이 더 높게 나왔다. 어찌된 일일까? 위 타율에서는 타석수가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 양 선수의 타석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독고탁 선수의 합산 타율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궁금하신 분은 종이를 놓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기 바란다.) 결국 개별 대회의 성적 합계가 전체 성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발생한다. 직원 모두가 본인 부서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이것이 조직 전체에는 해를 끼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령 카드회사에서 영업팀은 실적 달성을 위해 카드발행을 최대한 늘리려 애쓴다.

반면 심사팀의 목표는 가능한 한 고객심사를 엄격히 해 카드 연체율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영업팀이 공격적인 영업정책을 통해 카드 발행을 늘리면, 어쩔 수 없이 연체율이 올라가게 되고 심사팀은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 반대로 심사를 엄격히 하게 되면 영업팀의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경영학에서는 ‘사일로 현상(Organizational Silos Effect)’이라 부른다. 사일로는 원래 곡식을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이르는 말인데, 조직 리더 아래 팀 별로 늘어선 팀들이 외부와 담을 쌓고 다른 팀과의 협력과 교류 없이 내부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마치 곡식창고와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은 급속한 사업 확장에 따른 조직의 거대화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는 업무 내용이 타 부서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는 점도 사일로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최근 들어 성과주의가 심화되면서 부서간 지나친 경쟁 심리도 조직 이기주의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일로 문제의 해결은 현대 경영학의 큰 숙제이다. 해결안으로 많이 활용되는 방안 중 하나가 서로의 성과지표를 공유하는 것. 위 카드 회사의 예에서 영업팀의 성과지표를 영업실적 70%로 맞춰 연체율 30%를 반영하고, 심사팀의 성과지표는 이와 반대로 정하면 어떨까? 영업실적에만 목매달던 영업직원들이 연체율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조직 전체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 또한 가능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카드회사 중 5위인 이 카드회사의 시가총액이 올라가면 전 부서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였던 1962년, 미국과 소련은 치열하게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소련은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지만, 미국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내부에서 책임을 다른 부서로 떠넘기는 이른바 사일로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케네디 대통령은 “10년 안에 우리는 인간을 달에 보내고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킬 것”이라는 공동 목표를 표방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사의 모든 부서는 타 부서와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미국은 최초로 달에 인간을 보낸 국가가 되었다.

조직의 사일로 문제를 한 번에 시원하게 해결할 방안은 없다. 하지만 사일로 현상 발생 원인을 찾고 해결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조직 리더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정세현삼일회계법인 Consulting K&D 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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