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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감돌던 금융노조 총파업, 의외로 ‘차분’

업무대란 예고에도 평소와 비슷…일부 은행선 참가방해 논란

2016.09.23(Fri) 16:12:05

9월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들고 나왔다. 이날 9시부터는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가졌다. 은행권이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 9월 이후 9년 만이다.

 

   
▲ 23일 서울 상암동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한 금융노조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임준선 기자

 

금융노조가 이번 총파업에 나선 건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도입 준비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성과지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이 되면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반면 사측은 저성장,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고임금 저효율의 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사측은 금융노조의 단체협약 파트너인 금융사용자협의회를 사실상 해체했다. 대신 개별은행의 노조와 협상을 통해 ‘각개격파’ 전략으로 탈퇴하는 등 강수까지 두며 성과연봉제를 연내에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강수’를 두고 있다.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이번 갈등이 시중은행원들의 생계문제인 월급체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이번 총파업은 조합원의 참여율이 높은 큰 규모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7월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5.7%의 찬성률로 총파업안을 가결, 합법적 쟁의절차에 돌입했다. 김문호 노조위원장 역시 지난 20일 “이번 총파업은 금융노조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총파업이고, 한국 노동운동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가 목표로 한 총집결인원은 최대 10만 명이었다.

 

이에 당일 시중 은행들의 영업 업무에 차질이 빚어져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은행 대란’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에서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들도 비상대책을 세우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컨티전시 플랜’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총파업 돌입 전날 일부 은행에서는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IBK기업은행에서는 22일 저녁 파업 참가자를 막기 위해 지점장이 직원들을 감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지점장이 파압 참가자를 대상으로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명단을 내지 않으면 퇴근을 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또한 일부 은행 지방 지점에서는 버스를 대여해 서울로 올라오는 노조원들을 임원들이 택시를 타고 따라잡아,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처럼 시작 전부터 제기된 금융노조 총파업을 둘러싼 긴장감과는 다르게 당일 시중 은행은 ‘대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다. 영업점들이 큰 차질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기자가 이날 오전 찾은 서울 시내 몇 군데 시중 은행도 일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날 정오 기준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참가한 노조원은 6만 5000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노조가 예상한 인원보다는 적은 숫자다. 금융노조 측은 “아직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조원들이 있어 참가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전날 정부의 압박으로 참여하지 못한 인원들이 많아 예상치보다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총파업 참가인원이 1만 8000명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은행원 대비 15% 수준이다. 영업점포가 많은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참가율은 3%에 그쳤다고 전했다. 은행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파업 참가율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NH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노조가 강해 총파업에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의 경우 노조의 힘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래서 직원들도 자리를 많이 지키고 있다”며 “그럼에도 은행 업무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박 아무개 씨는 “총파업 전부터 언론에서 근래 가장 큰 파업이 될 거라고 경고를 해왔다. 이에 고객들이 미리 필요한 은행 업무를 본 것 같다. 생각보다는 한산한 분위기”라며 “오히려 오늘이 급여가 지급되는 회사들이 많은 날이라, 그 영향을 더 받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 후 상황에 따라 2차·3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변수가 남아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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