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경력이 풍부한 직장인 김학준 씨(30)는 몇 해 전 이사를 하면서 방을 평소 원하던 모던한 스타일로 꾸몄다. 그가 인테리어를 하며 자주 이용한 곳은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 그는 “이케아와 버터라는 브랜드에서 주로 샀는데 적은 비용으로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주는 휴식처를 얻을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며 “꾸며놓으니 확실히 ‘내 공간’이라는 애착이 생겨 SNS에도 방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다.
▲ 저렴한 가격으로 특별한 개인공간을 만들고자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버터 페이스북 캡처 |
저성장 시대의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으로 특별한 개인공간을 만들고자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로 개인적인 만족을 얻는 것을 넘어 SNS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즐거움을 공유하려는 욕구도 이에 한몫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테리어 및 생활용품 시장 규모는 12조 5000억 원으로 2008년 대비 7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 ‘다이소’는 외환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1조 243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다른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도 순항 중이다. 이랜드의 ‘버터’는 올해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리빙 SPA 브랜드 ‘자주’도 2010년 13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900억 원까지 늘었다. 2014년 개장 당시 하루 2만 8000여 명이 방문해 눈길을 모았던 ‘이케아’의 매출도 매년 증가 중이다.
이러한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덴마크의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과 중국계 ‘미니소’가 국내에 입점하며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상품이 비싸봐야 1만 원 안팎인 데다가 디자인이 기존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에 비해 훌륭하다는 평이 돌자 개장 당시에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지난 22일 기자가 직접 명동 롯데백화점 내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을 방문했다. 해보니 한산한 다른 매장과 달리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 ‘룸 투어(Room tour)’ 영상의 인기는 방이 단순한 공간의 의미를 넘어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진=유튜브 캡처 |
전문가들은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의 성장은 가격 대비 성능을 철저히 고려하면서 개인공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젊은 소비층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당장 먹고살기 급급했던 기성세대보다 현재의 행복에 관심이 많은 요즘 세대에게 방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만족과 행복감을 주는 공간이다”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인터넷의 발달로 집에 가만히 있어도 소통을 할 수 있으니 집이라는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룸 투어(Room tour)’ 영상의 인기는 방이 단순한 공간의 의미를 넘어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룸 투어는 방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듯 돌아다니며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유튜브에 ‘룸 투어’를 검색한 결과, 9월 22일 기준 1만 6400여 개에 달했다.
이은희 교수는 “SNS의 특징 중 하나가 ‘좋은 것’을 찍어서 공유한다는 점이다.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의 등장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SNS를 통해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사 후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오 아무개 씨(여·24)는 “방 꾸미기가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이사하면서 저렴하게 하나둘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보니 분위기가 확 달라져 놀랐다”며 “평소 분홍색을 좋아해 이 색을 모티브로 꾸민 방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역시 너답다’는 댓글들이 달렸다”고 말했다.
▲ 보고 만질 수 있는 감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은 라이프스타일 숍의 인기비결 중 하나다. |
보고 만질 수 있는 감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도 라이프스타일 숍의 인기비결이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분석한 책 <2015 생생 트렌드>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숍에서 물건을 구매한 사람 중 20.7%는 원래 구매 의지가 없고 그냥 매장을 방문한 경우다. 넓은 공간에 감각적으로 디스플레이 된 수많은 종류의 상품이 가격도 저렴하다보니 소비자들은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부담 없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저가 라이프스타일 숍 마니아라는 한 고객은 “일단 가게 인테리어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굳이 살 것이 없더라도 발이 이끌린다. 특히 자취를 하거나 신혼인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싱글족의 증가도 저가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성장 동인이다. 김학준 씨는 “1인 가구는 대개 자기 집이 아니라 1, 2년 단위로 집을 옮겨야 해서 너무 크거나 비싼 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과 달리 요즘에는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제품도 많아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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