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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스루, 편리함 우선 안전은 뒷전?

사용자 12% 사고 경험…안전규정 없고 시설 부족해 사고 빈번

2016.09.23(Fri) 10:32:38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 양은경 씨(32)는 최근 다섯 살 아이와 함께 외출에 나섰다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패스트푸드전문점 앞을 지나는 순간, 신나게 달려가던 아이가 햄버거를 구매하고 나가는 자동차와 부딪힐 뻔한 것이다. 마침 자동차가 빨리 달리지 않은 데다 곧바로 급제동해,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후유증은 오래갔다. 햄버거전문점이나 카페 등 차량 이동이 빈번한 곳을 지날 때면 당시 아찔했던 상황이 떠올라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

 

차에 탑승한 채로 햄버거나 커피 등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u, DT) 매장이 증가하면서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운영자와 사용자 모두 주의가 요구된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지난 8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승차 구매(드라이브스루) 매장 이용자의 12%가 실제 차량사고를 경험하고, 49.2%가 사고 위험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 차량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다니면서 이용자는 물론이고 일반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인근에 개설 예정이던 패스트푸드점의 DT 시설이 학부모들의 항의로 무산되기도 했다.

 

DT점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DT점포가 차량 진출입 시 보도를 통과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행 건축법상 DT시설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도로관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납부하면 차량 진입로 및 진출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도로법’에서 도로의 점용허가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공사 중인 도로에만 적용된다. 도로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DT시설은 쉽게 설치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DT시스템을 활용해오고 있는 외국은 어떨까.

 

DT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미국은 진입로와 관련해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크그로브시에서는 대기차선을 주차차량 및 매장 진출입 차량의 동선과 분리하고, 폭은 최소 12피트(3.65m) 이상으로 규정한다. 보행자통로는 대기차선과 교차하지 않아야 하고 명확한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질감 있는 재료로 구분하여 포장하도록 했다.

 

캐나다와 일본도 마찬가지로 관련 규정이 있다. 일본 요코하마 시는 DT 형태의 약국은 차량의 진입 경로(진행방향 등)를 반드시 표시하고 주차장소를 확보하는 등 인근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DT시설과 관련해 아무런 안전규정이 없는 국내의 경우 아무래도 사고 발생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소비자보호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500명 중 189명(37.8%)이 DT점포를 이용하면서 ‘진출입 시 인도를 지나면서 보행자를 신경 써야 하는 것’에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중 29명(5.8%)은 차량과, 23명(4.6%)은 보행자와 사고가 난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DT시설에서 보행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보행자 사고 경험이 있는 23명 중 15명(65.2%)이 사고발생의 가장 큰 이유로 ‘보행자 부주의’를 꼽았다. ‘DT매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6명(26.1%)에 불과했다. ‘운전자 부주의’라고 대답한 사람은 2명(8.7%)이었다.

 

그러나 DT시설을 조사한 결과 33곳 중 9곳(27.3%)이 진출 시 건물, 담벼락 등으로 가로막혀 시야확보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야확보가 불량한 9곳 중 5곳은 도로반사경도 설치되지 않았다. 또 차량 주행로가 보행로와 나란히 있거나, 주행로에 오토바이 등이 주차되어 있어 차량 진출 시 보행로를 침범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 업체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안전시설물 설치 상태는 어떨까?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과 과속방지턱, 경보장치 등 안전시설물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과 과속방지턱은 조사대상 33곳 중 13곳(39.4%)만 설치됐고, 20곳(60.6%)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차량 출차 시 경고음이 발생하는 경보장치는 21곳(63.6%)에 설치가 되었으나 이 중 3곳은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등 불량한 상태였다. 경보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매장도 12곳(36.4%)이나 됐다.

 

설문응답자 중 131명(26.2%)은 ‘차량 동선에 안전관리요원 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안전 확보를 위해 평소 차량 및 보행자 안전을 관리할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대상 33곳 중 안전관리요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12일,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실태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도로법령을 개정, 반사경, 과속방지턱 등 안전관리에 필수적인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등 3개 업체도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했다.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 안전관리요원 배치 검토, 차량 진출입로 장애물 제거 등 내부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자율적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매장 안전관리 실태를 자체적으로 점검·개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승차 구매점(드라이브스루) 등 차량통행이 잦은 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될 예정”이라면서 “차량 이용자들도 시설 진출입 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운전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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