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구속 기소할 경우 그가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거쳐 장악한 한일 롯데그룹 원 톱의 지위를 잃고 외형상 한국 롯데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한 일본 롯데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건설 등 계열사에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하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기는 등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매년 100억 원대 급여를 받아간 혐의도 있다. 검찰은 그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배임과 횡령액 규모는 2000억 원대로 추산한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신 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범죄 혐의와 신 회장의 그룹 내 지위 등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 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회장-정책본부-계열사로 내려가는 수직적 구조가 확고한 만큼 그룹 경영 비리에 총수인 신 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구속 기소될 경우 한일 롯데그룹은 일대 격랑에 빠질 전망이다.
재계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지분구조 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스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비리로 구속되면 바로 당일이나 다음날 임원이 사죄하고 경영진 해임과 새 경영진 선임 등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가족회사 광윤사 28.1%, 총수 일가 개인 지분 약 10%를 제외한 주식 과반을 일본인 종업원과 임원, 관계사가 보유 중이다.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롯데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19% 정도 갖고 있다. 여기에 L투자회사 등까지 포함한 일본 주주의 호텔롯데 지분율은 99%다.
신 회장이 당장 구속을 피하더라도 검찰의 기소 후 재판 결과 그의 유죄나 나아가 실형이 화회장의 유죄와 실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그는 더 이상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롯데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 신 회장을 대신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이끌 인물도 마땅치 않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달 법원으로부터 한정 성년후견을 지정받은 만큼 정신 건강이 문제시 되고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주총을 통해 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어 복귀 가능성도 낮다. 신 총괄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 전원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최근 일련의 일들로 롯데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는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