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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수사 100일 “피해막심” vs “적반하장”

수사 장기화 및 여론재판 피해론 솔솔…“지은 죄 생각 안하고 뻔뻔”

2016.09.20(Tue) 09:31:25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10일. 그보다 이틀 앞선 6월 8일에는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니, 올해 검찰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대형 수사 두 건이 본격화된 지 100일이 지난 셈이다. 

   
▲ 검찰의 롯데 수사가 100일을 넘기고 있다. 지난 6월 10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그동안 검찰 반부패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의 6조 원 규모 분식회계 사실을 밝혀냈고, 이 과정에서 남상태, 고재호 등 전임 사장들을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검찰이 다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끈끈’했던 관계도 파헤치며, 국민적 지지를 받아내고 있다.

롯데 수사도 성과가 적지 않다. 신영자 전 이사장을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매장 입점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5억 3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얼마 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에 대한 방문·소환 조사도 각각 마쳤다. 

롯데 수사의 타깃인 신동빈 회장도 20일 소환 예정인데, 검찰은 신 회장이 급여 명목으로 100억 원대 회사 돈을 횡령하고, 계열사 간 주식·자산 거래 과정에 수백억 원대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 금액이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특히 롯데건설이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과정에도 신 회장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에선 수사 과정을 놓고, 재계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롯데가 유독 심하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 신동주 회장이 일도 안 하고 월급을 받았다고 하는데, 다른 오너 일가들도 비슷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재판에 가서 무죄가 날 가능성도 높은데 롯데 죽이기 수사”라고 토로했다. 검찰이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직후 “비자금 정황을 포착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언론 플레이를 통한 기업 죽이기의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대한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다. 6조 원대 분식회계와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정황을 찾았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지적됐던 부분이라 검찰이 새롭게 찾아낸 것은 없지 않느냐, 오히려 수사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특히 수사의 장기화를 가장 지적한다. 100여 일 동안 수사가 이뤄지면서 지속적인 검찰 브리핑과 언론 보도로 기업에 대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국은 검찰이 기업 범죄를 수사 중인 상황에서는 언론에 수사 과정이 보도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악의적 언론플레이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가 한 방에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우려는 검찰의 대기업 수사 때마다 제기됐다. 지난해 포스코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가 장장 11개월이나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작 정준양 전 회장, 이상득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치며 업계와 일부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방문조사를 한 지난 9월 8일 오후 신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지만 검사들은 “지은 죄는 생각하지 않는 뻔뻔한 반발”이라고 반박한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검사는 “기업수사의 특징이나 진행 과정을 전혀 모른 채, 자기 논리로만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검사는 “일반적으로 정치인 비자금 수사는 해당 정치인과 정치인의 자금 관리인, 정치인에게 목적을 가지고 돈을 건넨 업자, 이렇게 세 명만 잡아서 한 명의 진술이라도 들으면 끝나는 구조”라며 “그러나 엄청난 인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뒷돈을 만들어내고, 오너 일가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을 하는 지시 구조를 밝혀내는 기업 수사는 정치인 수사와 달리 수사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임원들은 오너 일가를 위한 충성심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증명하려 하기 때문에 진술을 받아내는 게 더 힘든 구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오히려 기업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정치권과 재계의 시각을 꼬집는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하면서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회사 돈을 오너 일가의 돈처럼 자유롭게 쓰는 것을 보면, 수천만 원 정치자금 받았다가 구속되는 정치인들은 애교 수준”이라며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인데, 오너라는 사람들은 한 자릿수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주무르고 공금으로 자기 사고 싶은 차, 집, 옷을 사는 게 현실이다. 오너들의 기업 경영 철학 부재의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검찰이 기업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형사 사건에 밝은 한 부장판사는 “정말 엄청난 금액의 횡령, 배임 등으로 구속 기소해 법리적인 고민을 거쳐 실형을 선고해도 정권에서 ‘나라에 기여하라’며 풀어주지 않느냐”며 “정권이 ‘사적인 이익만 쫓는 기업인’들에게 ‘사법 정의를 우습게 봐도 된다’고 알려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인) 범죄에 대해 과징금 등 처벌 방법을 다양화 하고 그 강도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과 기업인인의 책임을 묻는 방안이 보장되어 있다. 과징금 등이 천문학적으로 나오는 사건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됐을 때 과징금 한도가 건당 1800만 달러(약 200억 원) 수준이고, 영국의 경우 아예 그 상한선이 없다. 우리나라(20억 원)와 처벌 강도가 다르다.

특수수사 공보를 담당했던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말 누가 봐도 화가 날 법한 범법 행위를 저질러 놓고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와 브리핑을 트집 잡는 얘기를 들으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피의자(기업)를 위해 참는 것”이라며 “수사 뒷얘기들이 모두 공개됐을 때 정말 아픈 게 누군지 알면서,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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