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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버풀’에서 알파고를 느끼다

택시보다 싼 카풀 형태의 우버 서비스 체험…구글 연계 사용자·기사 편리성 극대화

2016.09.18(Sun) 14:48:45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시 설치하는 것이었다. LA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공항에 내려 시내로 가는 길은 차가 가장 편하다. 차가 없으니 택시를 타야 하는데 미국에선 현재 우버와 리프트(우버와 비슷한 서비스)가 택시의 역할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다.

특히 여러 곳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한 점이 돋보였다. 예를 들면 USC(남가주대학교) 학생이면 7시 이후 대학교 근처에 한해 무료로 우버를 통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USC 학생 박 아무개 씨(22)우버로 인해 학교 공부가 끝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할 수 있다”며 “이제는 일반 택시는 거의 타지 않으며 우버만 이용한다”고 말했다. 

   
▲ 구글 지도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우버와 리프트 이용 가격을 보여준다. 사진은 약 20km 거리였을 때 가격. 가격은 도로 사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우버가 초기 서비스되는 시점에 많은 논란이 일었다. “고급 ‘나라시’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당시 여론은 우버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기본 택시 요금의 세 배에 달하는 가격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막상 미국 한복판에서 직접 우버를 경험해보니 달랐다. 아마 똑같은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모두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초기 도입된 것은 ‘우버 블랙’뿐이었다. 에쿠스, BMW, 벤츠 등 고급 차량으로 고급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우버풀’과 ‘우버X’다. 단순 비교하자면 우버X는 택시 요금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고, 우버풀은 우리나라 택시보다도 싸다. 

   
▲ 우버 차량은 차량 앞 유리 우측에 우버 로고를 붙여 둔다. 근처에 왔을 때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우버X가 콜택시의 개념이라면 우버풀은 ‘카풀’의 공유경제 판이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설정한 후 우버에 ‘픽’을 요청하면 우버는 근처 우버풀 차량 중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차량을 연결해준다. 우버 사용자에게는 해당 차량에 누가 타고 있고 앞으로 누구를 태우러 어디로 갈지 각자의 사용자 이름을 보여준다. 우버에 타고 나서도 지나가다 비슷한 목적지를 요청한 사람이 있으면 잠시 들러 더 태운다. 그리고 다시 목적지 순으로 내려준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요금은 파격적으로 내려간다.

특히 편리한 점은 우버의 대주주 중 하나인 구글과의 연계다. 구글 지도에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설정하고 택시로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검색해보면, 한쪽에 리프트와 우버로 가면 얼마인지 각각 요금을 보여준다. 싼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하면 해당 앱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처음 가격을 확정해 보여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처음 제시한 가격이 예를 들어 10달러가 나오면 아무리 교통체증으로 늦게 가도 10달러 이상을 내지 않는다. 사용자는 운전자가 돌아가거나 바가지를 씌운다는 의심을 하지 않아도 좋다. 더군다나 초기 제시한 시간보다 늦으면 오히려 돈을 일부 돌려주거나 다음번에 쓸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사용자 경험’이 편리성으로 극대화돼 있다. 이는 경쟁 업체인 리프트도 마찬가지다.

   
▲ 우버 앱의 모습. 누구와 합승하는지, 차량이 얼마나 왔는지, 약 20km의 확정 가격을 모두 볼 수 있다.

우버 기사도 ‘좋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버가 손님과 연결시켜주면 구글 지도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고 손님들을 지속적으로 태우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처럼 택시 기사가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아 발을 구를 필요도 없다.

우버 기사는 손님을 태우기 전까지 손님이 어디로 향하는지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구글이라는 거대한 두뇌가 사람을 태우고 내리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모두 조종하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우버풀 기사로 뛰어들기 위해 승합차를 사용하는 기사도 있었다. 벌이도 꽤 쏠쏠하다고 한다.

사용자는 내리고 나서 운전자를 평가할 수 있고, 칭찬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운전기사도 고객을 평가하고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는 다음번 운행에 반영된다. 결국 다음 사용자를 더 편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한때 IT 인프라가 최고에 달했다고 자평한 적이 있다. 빠른 온라인 속도, 네이버, 싸이월드 등 토종 포털 사이트의 등장,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선도적인 온라인 게임까지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내에선 우버도, 에어비앤비도 지속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정 부분 그러한 움직임이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막는 것이 언제까지나 가능할까. 그리고 바람직할까. 세계를 호령하면서도 와이파이 기능을 뺀 휴대전화를 유통했던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애플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갈 뻔했다.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빠르게 받아들여야 다음은 우리의 걸음으로 갈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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