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추석을 기점으로 그동안 여러 갈래로 진행된 검찰 수사도 ‘추수’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소환이 유력한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직후 신 회장을 부를 예정이다. 이밖에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스폰서 의혹 김형준 부장검사 등도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검찰 소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각종 의혹으로 ‘지면’을 장식하던 유력 인사들의 신병 처리 여부도 덩달아 결정되는 셈이다. 검찰이 이렇게 서두르는 배경도 <비즈한국>이 알아봤다.
▲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추석연휴 직후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줄줄이 이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종현 기자 |
검찰이 신동빈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날짜는 다음주 월요일인 19일. 검찰은 신 회장을 불러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수천억 원대 탈세 과정과 롯데건설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또 일본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부당하게 100억여 원 대 급여를 받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등을 그룹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헐값에 특정 계열사로 몰아주는 등 배임 의혹 등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수사팀은 추석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신 회장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 소환조사가 끝나면 이 달 중으로, 석 달여를 끌어온 롯데 수사를 마무할 계획인데, 신 회장의 진술에 따라 검찰의 신병 처리 여부 고민도 구체화된다. 신 회장의 혐의 내용들 대부분이 롯데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들이기 때문.
검찰이 이미 두 차례 방문조사를 마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얼마 전 소환했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진술과 신동빈 회장의 진술을 비교한 뒤 책임 여부를 판단해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신동빈 회장이 최종 타깃이었던 만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영장이 한번 씩 기각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 그룹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도 소환조사 후 일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활을 위해 검찰이 야심차게 만든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도 ‘마무리 소환’에 들어간다. 이미 구속기소된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와 관련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현재 검찰과 소환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외압을 행사해 부당한 대출을 하게 했다는 의혹(배임)을 받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도 검찰의 소환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경우 유력 인사들을 자신의 인맥을 부각시키려 정계·재계·언론계 유력 인사들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뉴스컴 홍보자료에 활용했는데, 전직 검찰총장까지 거론되는 상황. 박 대표는 실제 상당한 친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겠다’고 나섰던 박 대표의 부적절한 로비에 실제로 개입했다면 거물급 소환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추석 이후 검찰 소환자 ‘대목’이 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검찰 수사에 정통한 법조인들은 ‘국정감사’와 ‘검찰 인사 시스템’을 꼽는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부장검사는 “특수수사는 상반기(2~6월)에 한 번, 하반기(7~10월)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큰 수사를 할 수 있는데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는 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감 때부터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며 “각종 요청 자료 처리를 하다보면 국감이 끝나는데, 국감 한 달 뒤부터 검찰 인사 시즌이라 더 판을 벌일 수 없기에 추석 전후로 모든 수사를 마무리 하려는 게 특수수사의 기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특수통 검사 역시 “특수수사는 인지·내사부터 압수수색, 소환, 영장 청구, 재조사 후 기소까지 정말 빨리 진행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린다”며 “이미 큰 수사로 상반기에 성과를 냈다면 무리하게 추석 이후 수사를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감 이후부터는 공소 유지와 수사팀 내 검사들 인사 챙기는데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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