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 김형준 부장검사요? 솔직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 못해서 그렇지 어린 검사 중에 XXX 없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10년 뒤 보세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진경준 검사장(사법연수원 19기), 김형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5기) 등 간부급 검사들의 잇따르는 비리 사건에 서초동이 시끄럽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로스쿨 제도로 바뀌면서 일명 ‘금수저’ 출신 검사들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 그래픽=주혜성 디자이너 |
대형 금융사 임원의 자녀였던 A 검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낸 것은 지난 5월. A 검사는 스스로 사직서를 냈지만,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게 A 검사 소속 검찰청 고위 간부의 설명이다. A 검사가 엄청난 ‘과실’을 저질렀기 때문.
A 검사는 지난해 12월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의 고소장을 분실했는데, 상식 밖 행동을 했다. 해당 고소인이 낸 비슷한 내용의 다른 고소장을 구해 복사한 뒤 이름을 바꿔 고소장 분실을 숨기려 한 것. A 검사는 문제의 사건을 직접 불기소 처분(각하)하기도 했는데, 문제가 뒤늦게 알려지자, 사표를 냈다. 소속 지방검찰청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결과.
문제는 A 검사의 평소 근무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A 검사 사건이 터지자 지청 내부에서는 “이제야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원래 유명했던 분”이라고 비꼬듯 입을 뗀 뒤, “평소 태도에 문제가 있어 지적했더니 당돌하게 반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그 뒤로 A 검사에게는 지적도, 조언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선배들 사이에서 쫙 돌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급 검사는 “A 검사는 들어올 때부터 아버지가 누군지로 유명했는데, 행동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며 “아버지 덕분에 인사가 비교적 잘 풀렸다는 얘기도 돌아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유력자 집안 자제로, 검찰에 들어온 뒤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검사는 또 있다. A 검사와 함께 문제 있는 젊은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 B 검사. 공공기관의 장 출신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B 검사는 지청 근무 때 지역 업체 대표에게 해외 골프 대접을 받았다는 투서가 접수되자 올해 초 사직했다. 문제가 있어서 검찰 조직을 떠나야 했지만, 늘 봐왔던 것처럼 보란 듯 유명 로펌에 들어갔다.
검찰 내에서는 이처럼 잘난 부모덕을 본 금수저들 중 ‘철학’이 없는 검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한 중견급 검사는 “검찰 사건은 원래 서민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 덕분에 편하게 살다가, 사법시험 붙고 들어와 벤츠를 끌고 출퇴근하는 검사들이 어떻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검사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검찰의 미래. 본인을 ‘흙수저’ 출신으로 표현한 한 젊은 검사는 “요새 후배들을 보면, 정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근무하기보다는 개인의 성공과 명예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며 “조직을 위해 고생하는 자리는 피해 다니려 하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자리만 가려는 금수저들을 볼 때 우리 검찰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진경준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의 일탈에 묻혀 있지만 99%의 검사는 밤낮없이 수사에만 집중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99%가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 할 것”이라고 보탰다.
재경지역이 근무하는 부장급 검사 역시 “김형준 부장검사가 장인(박희태 전 국회의장) 잘 만나서 전형적으로 ‘빽’으로 잘 풀린 사람 아니냐. 빽이 있는 사람들이 ‘인성’을 갖추지 못할 때 검찰 조직은 늘 위기에 직면했다”며 “돈 있는 집에서 태어난 로스쿨 출신들이 검찰 내에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어떤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 정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bizhk@bizhankook.com[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