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들꽃나들이] 백부자, 올 가을도 무사하길

2016.09.13(Tue) 13:24:21

   
 

백부자(미나리아재비과, 학명 Aconitum koreanum)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높게 머무는 초가을! 산들바람 따라 머뭇머뭇 피다 만 듯한 수줍은 꽃송이. 빤한 시선 부끄러워 가리운 듯 내리깐 꽃잎 사이로 다소곳이 머리 숙여 살짝 반겨주는 백부자 꽃송이. 맞닥뜨린 그 순간까지 산속 오솔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발길은 설렘과 염려와 아련한 그리움에 들뜬 행보였다.

백부자는 귀한 약초라서 탐내는 이 많아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종(種)이다. 어쩌다 있는 한두 포기가 알아보는 사람 눈에 띌라 치면 번져가는 입소문에 해마다 찾아오는 꽃쟁이 수는 늘어만 간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면 무사히 잘 있으며 튼실하게 자라 올해에도 소담한 꽃을 곱게 피웠는지, 물가에 두고 온 어린애처럼 가슴 조이며 염려되어 시나브로 안위(安危)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는 들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관심 없이 지나치던 사람도 이 꽃이 정부가 지정,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을 듣고 나면 너도나도 꼭 한 번 보겠다고 설쳐대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귀한 꽃이기에 조심하고 보호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몰래 캐 가서 자기 집에서 기르고 싶어 하는 끝없는 욕심이 발동한다. 그래서 들꽃 애호가들은 희귀종 식물의 사진을 전시하거나 발표할 때는 그 위치를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다.

멸종위기종 등 희귀식물은 현재 있는 자연 속 그 자리를 떠나면 죽는다. 어디든 옮겨서 살 수 있다면 주변에 이미 퍼져서 흔한 꽃이 되었을 것이다. 그곳 아니면 살아날 수 없기에 희귀종이 되었는데, 그것을 몰래 캐서 집에다 옮겨 심으면 강한 야생의 생명력이 있어 길어야 1∼2년은 살겠지만 시냥고냥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결국은 사라지고 만다.

   
 

백부자는 노랑돌쩌귀라고도 하며, 한국 특산 식물이고 멸종위기식물이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풀밭이나 관목 숲에서 볼 수 있었지만 귀한 한약재이며 꽃이 고와 남채되어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든 탓에 지금은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꽃이다.

꽃은 7∼8월에 연노랑의 꽃을 피우지만 드물게는 옅은 자주색의 꽃도 있다. 모양은 투구꽃과 비슷하나 잎이 훨씬 가늘게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마늘쪽 같은 뿌리에는 강한 독이 있어 한방에서는 풍과 담을 제거하고 경련, 중풍, 관절통 등에 약재로 사용하는 독성 식물이다.

역사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사약(死藥)은 부자(附子)라고 하는 생약이 주성분인데 이는 진범의 덩이뿌리를 말려서 조제한 한약재이다. 백부자(白附子)는 진범의 뿌리인 부자(附子)와 비슷하게 생기고 독성도 비슷하지만 뿌리가 하얀색이며 꽃도 황백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는 환경부 국장과 청와대 환경비서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다. 시집 <꽃 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bizhk@bizhankook.com

[핫클릭]

· [들꽃나들이] 한여름에 피어난 애절함, 동자꽃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