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즉석국 ‘옛날 육개장’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한 소비자가 오뚜기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가, 고액의 보상을 바라는 파렴치한 취급을 당해 논란이 예상된다. <비즈한국>은 소비자인 강 씨와 제조사인 오뚜기의 입장을 들어봤다.
지난 7일 밤 10시 30분께, 강 아무개 씨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오뚜기 ‘옛날 육개장’의 포장지를 뜯어 냄비에 부었다. 가스렌지의 불을 켜려는 순간 강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육개장 국물 위로 검은 무언가가 떠오른 것. 강 씨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검은 무언가가 벌레임을 알게 됐다.
다음 날 오후, 강 씨는 오뚜기 고객센터에 전화해 벌레가 나왔음을 알렸고, 이튿날인 9일 오전 10시 30분께 강 씨의 집에 오뚜기 직원이 방문했다. 오뚜기 직원의 요청에 따라 강 씨는 육개장이 담긴 냄비를 보여줬다. 이윽고 오뚜기 직원이 숟가락으로 벌레를 건졌고, 휴지 위에 올리고 나서야 바퀴벌레 자충임이 밝혀졌다.
오뚜기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종이가방에 담긴 선물세트를 강 씨에게 건넸다. 이에 강 씨는 “바퀴벌레가 나온 오뚜기 제품을 또 먹으라는 것이냐”면서 선물을 사양하고, 직원을 돌려보냈다. 강 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고자 지난 12일 <비즈한국>에 이 사실을 제보했다.
▲ 지난 7일 강 씨는 오뚜기 즉석국 ‘옛날 육개장’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사진=강 씨 제공 |
<비즈한국>의 취재가 시작되자 오뚜기 측은 태도를 바꿨다. 강 씨가 고액의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강 씨의 집에 방문한 직원이 바퀴벌레가 딱딱했다고 한다”면서 “강 씨가 일부러 넣은 것인지, 아니면 육개장을 붓고 나서 바퀴벌레가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조 과정에서 바퀴벌레가 들어간 것은 아닌 것 같다. 샘플 수거조차 강 씨가 거절해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직원이 직접 바퀴벌레를 건지긴 했으나, 숟가락이나 손으로 눌러보지도 않았다”면서 “딱딱했는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아 놓고서 이제 와 (나를) 죄인 취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내가 샘플 수거를 거절한 건 직원이 선물세트로 입막음하려는 것 같아 거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의 취재가 시작된 지난 12일 오뚜기 측은 강 씨와 피해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가 끝난 직후 강 씨는 <비즈한국>에 연락해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고 하더라”면서 “그 제안을 거절하자 ‘도대체 얼마를 바라는 것이냐’며 노골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오뚜기 측도 “강 씨가 그 이상(현금 100만 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보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비즈한국>에 알렸다. 하지만 강 씨는 “사과 한 마디 없이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무마하려하기에 화가 나서 ‘그럼 100만 원을 달라’고 얘기한 것뿐”이라면서 “선물세트와 상품권을 거절한 건 더 큰 돈을 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오뚜기 측이 바퀴벌레가 들어갔던 ‘옛날 육개장’을 회수하고,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길 바랐다. 내가 받을 피해 보상은 소셜커머스에서 구매한 육개장 두 봉지 값 2060원이면 된다”고 억울해했다.
한편 오뚜기와 강 씨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업체이물보고접수’에 이 사실을 신고할 예정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퀴벌레가 유통 단계에서 들어갔는지, 제조 단계에서 들어갔는지, 혹은 강 씨가 냄비에 붓는 과정에서 들어갔는지에 대해 확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강 씨는 “오뚜기 측에 샘플을 넘기지 않아 다행”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가 이뤄지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오뚜기 측은 제조 환경 개선에 앞서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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