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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개구리가 될 수는 없다

2016.09.13(Tue) 08:50:15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독일인 친구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전공은 달랐어도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던 시몬은 자주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메시지를 보내서 대뜸 한다는 말이 “괜찮은 거 맞아? 넌 언제든 환영이니까 독일에 있는 우리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였다.

국제뉴스를 보고 곧장 연락을 한 시몬의 마음이, 그리고 당장 독일로 날아오라는 듯한 염려가 참 고마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오버를 할 일인가 싶었다. 연평도 포격? 그게 뭐? 북한 도발이야 늘 있는 일인데.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대다수의 국민들이 연평도 포격에 분노하면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영토가 적군에 의해 포격을 당한 것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경영학과 출신의, 립서비스라고는 할 줄 모르는 독일인 친구 시몬이 깜짝 놀라서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지난 금요일, 북한이 또 다시 고강도의 핵실험을 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고평가하고 있다. 그들이 핵을, 잠수함을, 로켓이 아닌 대륙간 미사일을 가지게 되면 가장 위험해지는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태평한 것이 아닐까.

때때로 북한의 위협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있었다. 안보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전쟁 공포에 떨며 일상을 담보 잡히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자는 말이 아니다. 폐허에서 시작해 이만큼 성장한 한국이, 우리의 삶이 다시 잿더미로 돌아가지 않도록 경계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아주 천천히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잦은 도발과 핵 실험에 무감각해져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대비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될 수는 없다. 어떻게 평화를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어도,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문제는 다를 수 없다. 그렇기에 현실 인식에서만큼은 정치적 지향을 초월해야 한다.

돌아보면 시몬의 메시지가 호들갑이었던 게 아니라 무덤덤한 내가 비정상이었다.

 

‘2030현자타임’에서는 대학, 기업체, NGO,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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