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갑질 논란으로 전국 가맹점의 매출이 급감했고, 급기야 올 3월부터 현재까지 22개 점포가 폐점했다. 이런 가운데 <비즈한국>에 한 가맹점주가 메일 한 통을 보냈다. 미스터피자가 자신의 꿈이자 목표이며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 가맹점주의 편지를 공개한다. |
미스터피자를 8년째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입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미스터피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 내가 직접 만든 피자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할 만큼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더디게 미스터피자의 꿈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어느 순간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스터피자 사장님께서 선뜻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미스터피자 매장을 갖게 되기까지 10년은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간절했던 제 꿈이 통한 것인지, 3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가게를 오픈했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피자를 만들고, 그 피자를 직접 배달하고…. 이 모든 힘든 작업이 제겐 결코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가정도 갖게 됐습니다. 매장에서는 10명이 넘는 직원의 사장님이었고,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마도 4년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매출이 조금씩 줄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다시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미스터피자를 사랑해준 손님들이 있었기에, 그 손님들이 다시 매장을 찾아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점점 안 좋아졌고, 매장 오픈할 때부터 함께 해준 직원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을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다시 잘 될거야’하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스터피자 갑질 논란이 이슈화됐고, 몇 달 전에는 본사 최고경영진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회장 폭행 사건 뉴스 기사에는 ‘그런 회사 배 불릴 일 있냐’, ‘미스터피자 다시는 안 먹는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동안에는 겨우겨우 버텨왔다면, 이제는 대출까지 받아서 직원 월급을 주고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 때마다 ‘오늘은 잘 될거야’하는 생각을 합니다. 미스터피자는 20대 초반부터 제가 꿈꿔온 무대이고, 제게 행복을 안겨준 고마운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이들은 제게 전화해 “언제와? 보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첫째 아이가 피자 만들기 체험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도 미스터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어볼 생각입니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꿈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본사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겁니다.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다시 예전의 ‘미스터피자’가 되긴 힘들 테니까요. 아무래도 손님들에게 있어 미스터피자는 2000년대에 맛있게 먹었던 추억의 장소가 된 듯합니다. 추억은 가끔 끄집어내야 소중하게 느껴지는 만큼 손님의 발길도 그만큼 줄어든 듯합니다.
미스터피자 점주들은 단순합니다. 좋은 식재료로 만든 좋은 제품, 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깨끗한 매장, 또 그 매장에서 밝게 일하는 친절한 직원들. 마지막으로 미스터피자를 맛있게 먹는 소중한 손님들. 이게 바로 우리 점주가 바라는 ‘미스터피자’의 모습입니다.
폐점하는 매장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고, 어떤 분들은 “살려달라”고 얘기합니다. 이 분들께 감히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 끝까지 다시 예전의 ‘미스터피자’를 되찾읍시다”라고 말입니다. 본사 측에 불만만 토로할 게 아니라 좀 더 ‘미스터피자’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을 성장통이라 여겨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손님분들께도 감히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스터피자, 정말 맛있습니다. 매장에 찾아오셔도 좋고, 배달해주셔도 좋으니 오늘 맛있는 피자 한 판 주문해주세요.
2016년 9월 9일
한 가맹점주 올림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