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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인생공부’ 신영준 인터뷰

공학박사·삼성맨 출신, 영어단어장 대박…“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2016.09.10(Sat) 14:23:47

자신감이 넘친다는 건 근거의 유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허세’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은 ‘당당함’이다. 직접 만나 본 신영준 평생교육 컨설턴트(34)는 후자에 가까워 보였다.

대기업 연구원 출신인 그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만든 영단어장 ‘빅보카’는 8일 현재 교보문고가 집계한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9위에 올라 있다.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인생공부’의 좋아요 수는 21만 5000개에 이른다. 딸이 희망 있는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9월 6일 서울 서초구 이수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빅보카’의 저자 신영준씨와 지난 9월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이종현 기자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삼성맨’ 출신이다. 게다가 공학박사, 연구원이었다. 단어장을 만든다고 갑자기 그만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저는 공부 자체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을까’ 많이 궁리했죠. 그러다가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제대로 된 통계 기반 단어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500권을 자가 출판했어요. 그런데 이걸 SNS로 본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거예요. 그렇게 초판 500권이 모두 팔렸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 출판사에서도 제대로 한 번 써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드디어 이걸 쓰면서 청년 상담과 그동안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싶어서 작가와 강연가로 전업을 결정했어요.”

―영어에 관심이 큰 만큼 국내에는 이미 수많은 영어 교재, 뛰어난 교육자와 개발자가 많다. 그런데도 왜 ‘빅데이터 기반’ 단어장은 처음인 건가.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도 팔리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사실 영어책 한 권을 통째로 본다면 어떤 단어장을 봐도 상관없죠. 근데 한 권을 완주하는 사람은 20%도 채 되지 않아요. 대부분은 중도에 포기하죠. 문제는 보통 교재는 한 권을 마스터하는 완벽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만들어 진다는 점이에요. 물론 시중에 이미 우선순위별로 정리했다는 단어장은 있지만 진짜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어요.”

―대형서점 외국어 분야 1, 2위를 모두 ‘빅보카’가 차지했다.

“특이한 스토리 없이 마케팅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우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스토리 자체가 특이했고, 이 점이 고객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빅보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단어장으로 현재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한 거면 ‘이건 뭔가 될 거다’ 이런 확신이 있었나.

“제 단어장이 대단하고 최고라는 생각보다는 (괜찮은 방법인데) 왜 이런 단어장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열심히 했어요. 저는 다양성에 다양성을 보태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잘되고 못 되고는 독자가 판단할 몫인 거죠. 그런데 기득권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해요. 저는 제 단어장을 최고라고 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양성은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단어장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요.”

―우리나라는 영어에 투자한 것에 비해 성과가 썩 좋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다.

“착각하는 게 말은 어느 나라 사람도 모국어가 아니면 썩 잘하기가 힘들어요. 유럽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유럽은 문자가 알파벳이랑 거의 비슷해서 영어로 말하는 데 거부감이 적죠.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이나 유럽인에 비해 중국어나 일본어를 잘해요. 언어가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정말 잘해야 하는 건 ‘읽기’예요. 담당한 업무가 마케팅이나 세일즈가 아닌 이상 영어가 필요한 건 원문을 읽어야 할 때잖아요. 논문도 대부분 다 영어로 써 있죠. 그런데 그렇게 영어공부를 했는데 대기업에도 영어로 정보습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신영준 씨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생공부’의 페이지 좋아요 수는 21만 5000개가 넘는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인생공부’의 인기도 대단하다.

“페이스북에 가벼운 콘텐츠들이 많은데 좀 제대로 된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실험설계를 잘한 거 같아요. 어떤 콘텐츠가 성공하고 실패를 하는지 정량적으로 철저히 분석했어요. 실패한 콘텐츠는 보완해 가면서 성공하는 콘텐츠를 계획적으로 만들어냈죠. 물론 최고 전문가들만 모셨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도 ‘고퀄리티’예요. 자체 제작 콘텐츠가 많기도 하고.”

―SNS, 팟캐스트뿐만 아니라 멘토링, 강연 등을 통해 자주 청년들과 만나는 것 같다.

“온라인이 공허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뭔가 일어나는 것 같지만 하나도 일어나는 게 없는 거예요. 결국 현실은 오프라인이죠. 그래서 페이스북을 도구로 청년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점투어를 하던 중에 전문대를 다니면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를 만났어요. 생전 영어공부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책갈피나 받으러 나왔대요. “단어 몇 개 외울까요?”라고 묻기에 하루에 200개씩 외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하루에 200개를 외운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다고 했어요. 제가 청년들을 많이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그 친구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가이드가 없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볼 때 세상에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실무적인 가이드는 없고 수능 잘 보고, 공무원 되는 가이드만 있는 것 같아요. 전부 세상을 버리고 세계여행을 하라는 말밖에 안 해요. 앞서 말한 친구는 제 서점투어와 강연에 참석하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루 8시간 동안 단어 240개를 외우려고 했대요. 워낙 공부를 안 했던 터라 당연히 쉽지 않았고 실패하는 날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욕심이 생겨서 스톱워치까지 사서 제대로 외웠더니 나중에는 8시간 걸리던 것이 2시간으로 줄었대요. 그 사람은 평생 2주 만에 단어 4000개를 외울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는 거예요. 뇌가 깨이니 그 친구의 인생도 바뀌더라고요. 일단 더 이상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던 공무원 준비 대신 편입해서 공부를 더 하고 광고 쪽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이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에요. 이 친구의 이야기를 SNS에 공지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자기도 감동받았대요. 인생에서 제일 허접한 수업은 선생님이 묻고 아이들이 가만히 있는 수업이고, 최고의 수업은 아이들이 묻고 아이들이 답하는 수업이죠.”

신영준씨는 현재 ‘공부 개론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청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제 딸이 살아가는 세상에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예요. 이전에도 이렇게 말하니 다른 아이 아빠들도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고 했어요. 자기는 자기 딸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다 세상을 욕하는데 누군가는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욕하는 건 좋아요. 그러나 욕하는 동시에 세상을 위해 하는 일도 있어야 해요. ‘당신도 20년 후에 기성세대가 될 텐데 그때 20대들이 당신을 헬조선을 만든 사람이라고 욕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고 싶어요.”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는 자동화 때문에 줄어들고 인구는 2050년에 99억 명이 된다고 할 정도로 늘어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요. ‘헬 월드’가 돼 가고 있는 거죠.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은 ‘부정’, ‘비리’ 이런 거예요. 그건 헬조선이 맞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설명하는 건 문제가 있죠.”

―기부도 많이 했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거창하지만 우리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거예요. 단기적인 목표는 오프라인에서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서 도와주는 거. 제가 도움을 준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기부는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어요. 지금도 책 1000권 이상 기부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전국에 있는 모든 공부방에 책을 기부하고 싶어요. 소년원에도 가볼 생각이에요. 그 청년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갈 수 있게. 하여튼 힘든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공부법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이에요. 미국에서 출판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까진 없었잖아요. 이런 건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도전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죠.”

―책은 어떤 내용인가.

“공부에 대한 모든 것. 말 그대로 ‘개론서’예요. 수능용 공부를 말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연령층에 해당하는 내용이죠.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멘토링과 컨설팅을 했던 사례를 섞어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것인가’에 대해 썼어요.”

―당신이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히 분리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많이 질문하는 것이 ‘전도유망한 분야가 무엇이냐’는 거예요. 그런 건 없어요. 이제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잘’하는 수밖에 없죠. 그걸 인지하고 더 훌륭한 청년들이 되어야 해요. 저는 힘껏 도와줄 겁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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