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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상거래 생태계, 외세 공습에 토종기업 ‘빨간 불’

이베이, 아마존, 알리바바 공세 토종 오픈마켓 ‘11번가’ 홀로 맞서
한국 소비자 정보 해외 유출 우려…”토종 생태계 망치는 ‘괴물쥐’막아야”

2014.05.26(Mon) 08:07:22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상거래 환경과 그 시장을 이끌어 온 한국의 아성이 위협 받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전자상거래를 장악하고 뿌리째 흔들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해외 기업들에게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안방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美 이베이, 아마존 VS 中 알리바바 싸움터 되나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의 아마존(연 매출 77조3000억 원)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연 매출 170조 원)가 연내 국내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마케팅 담당자 등을 채용하고 있어 국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검색 포털인 구글도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구글은 최근 영국의 온라인 상거래 재고관리 분석업체 레인지스팬을 인수하는 등 상품 검색부터 결제, 배송서비스까지 모든 온라인 유통 시스템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 진출해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베이코리아는 출범 3년 만에 자기자본을 1조 원이나 축적했다.

최근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6222억 원, 영업이익 477억 원을 기록했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합병(M&A)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는 2009년 당시 업계 1위이던 G마켓을 다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독점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1위 검색 포털인 네이버는 지난 2012년 시작한 오픈마켓 사업 ‘샵N’ 2년 만에 철수한다. 네이버는 다음 달 1일부터 샵N을 종료하고 상품검색 서비스인 ‘스토어팜’ 선보일 예정이다.

샵N은 네이버 가격정보 사이트인 지식쇼핑에서 샵N 입점 가맹점의 노출 빈도가 다른 가맹점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등 검색포털 1위의 지위를 바탕으로 공정 경쟁을 침해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쇼핑 사업을 강화할 때 네이버만 각종 규제와 부정적 여론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최고로 매력적인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주목 받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스마트폰 보급율은 75%를 넘어 세계 1위,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도 400만 명을 넘어 모바일 시장까지 각광받고 있다.

국내 관련업계는 글로벌 업체들에게 한국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얼리어답터 기질이 높아 새로운 서비스 등을 시험할 최고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

◆ 소비자 개인정보, 소상공인 땀 해외 유출 논란

전자성거래 기업이 보유한 소비자 개인정보는 일반 개인 정보보다 훨씬 고급 정보다. 쇼핑이력을 통해 각 개인의 성향, 취향, 결제 계좌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을 통해 정보 유출이 발생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한국 소비자들의 고급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 요소가 있다. 실례로 2008년 옥션에서 19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몰려들 경우, 국내 소규모 판매자들이 일궈준 이익까지 곧바로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어 우려된다. 오픈마켓 사업자 중엔 기존 유통채널에 진입 못한

중소 규모 사업자들이 많다. 이미 한국의 IT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힘없이 무너지지 않았던가. 미투데이와 싸이월드, 프리챌 등 한국 고객들에게 사랑받던 서비스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밀려 사업을 접은 게 그 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중소 판매자들과 소비자들 덕에 벌어들인 돈을 외국계 기업들이 자사 이익을 위해 언제 어떻게 쓰고 ‘먹튀’할 지 모를 일”이라며 “현재 G마켓과 옥션이 외국계 유통사라는 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고 지적했다.

외국계 자본의 힘에 휘둘릴 경우 토종 기업이 클 수 있는 자생력 훼손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국내 기업과의 상생 보다 철저하게 실적 위주의 행태를 보여왔다.

티몬을 인수한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이 그 예다, 올해초 그루폰 코리아 임직원들에게 ‘고용승계는 없다’고 통보했다. 이 기간 티몬에선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 냉정한 글로벌 기업의 문화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2006년 세계 유통업계 2위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 시 '변칙적 M&A'에 대한 잡음을 일으켰다. 까르푸를 인수하려는 여러 업체들 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가격 부풀리기 의혹과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롯데,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선전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발달한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외국계 자본의 힘에 휘둘릴 경우 토종 기업이 클 수 있는 토대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 중 오픈마켓 분야에선 SK플래닛 11번가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위메프만 남은 상태다.

2008년 오픈한 11번가는 초기부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 왔고 올해는 모바일과 큐레이션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등 한국 소비자 타깃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인터파크 또한 쇼핑부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도서, 티켓 사업에 치중하면서 매년 시장 점유율 하락 추세다.

지난해 오픈마켓 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으로 16조59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이베이코리아가 63%(G마켓 35%, 옥션 28%), SK플래닛 11번가가 30%, 그리고 네이버

의 샵N 5%, 인터파크 2%를 차지한다. 이중 네이버의 샵N은 오는 6월부터 서비스가 중단된다.

소셜커머스 3사 티몬, 쿠팡, 위메프의 경우 위메프만 국내 지분 100% 상태인 토종이다. 하지만 그루폰이 티몬을 인수했듯 쿠팡과 위메프도 외국 유통업체들의 M&A 대상 기업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 지키지 않으면 빼앗겨…정부 규제완화, 지원 절실

국내 업체들은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키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외국기업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부 정책으로 외식업계들이 고전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 아웃백, 놀부NBG 등 외국계 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 외식업체들은 성장세가 죽고 외국계 업체들은 신규 매장을 늘려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에만 규제가 심해 외국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 국내시장이 잠식당하지 않고, 혁신적인 방법들을 시도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와 관련, 간편결제시스템이 주목 받는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는 모바일 환경에서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스마일페이'를 자체 개발, G마켓과 옥션에 적용했다. 미국 이베이의 경우 온라인 매출의 40%가 자회사인 페이팔의 간편결제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어 결제 시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마켓 서비스인 ‘타오바오’는 최근 한국 드국내 업체들은 지키지 않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촉구하면서 최소한 외국 기업들에 비해 역차별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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