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리그서 시작한 돌풍의 동네축구팀, 드디어 프로무대 진출!”
유럽리그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 한국에서도 실현 가능하게 됐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가 오는 2017년부터 프로축구와 아마추어축구를 아우르는 한국형 축구리그 디비전 시스템(승강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클래식부터 아마추어축구, 더 나아가 생활축구클럽의 기초리그까지 모두 아우르는 피라미드형 통합 리그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전 리그에 열린 승강제 시행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 큰 프로젝트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비즈한국>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최순호 부회장을 만나 디비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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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축구협회는 프로축구부터 아마추어축구, 생활축구 리그까지 모두 아우르는 디비전 시스템을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스템을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 ||
―최근 국가대표팀이 중국,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경기를 가졌다. 어떻게 봤나.
“경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걱정을 하더라. 그동안 2차 예선에는 실력 차이가 나는 팀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점수 차가 크게 나는 경기도 많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종 예선은 실력 있는 팀들만 올라온 거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전만 봐도 우리가 3골을 몰아넣어 쉽게 가나 싶더니, 2골을 실점해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이제 실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거다. 그럼에도 미묘한 차이는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 진출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믿어봐야 한다.”
―특히 시리아전에서 골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레전드 공격수 출신으로 보기에 이번 대표팀 공격진은 어떤가.
“과거 내가 선수로 뛸 때는 주축선수 한두 명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 축구는 메시나 호날두 등 특출한 선수가 있지 않은 이상, 하나의 팀을 만들어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공격수는 눈에 띄는 선수가 별로 없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지동원, 석현준, 황의찬, 이정협 등 선수들이 대표팀 공격수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실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서인지, 팀 플레이 방식이 달라서인지 골잡이로서 조명이 잘 안 되고 있다.
시대적 배경도 작용하지만, 스트라이커가 인정을 받으려면 첫째 조건이 동료들이 만들어주는 기회만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스스로 만들고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골잡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그런 선수가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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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시즌 K리그챌린지에서 뛰던 수원FC는 지난해 12월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K리그클래식에 승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사진=수원FC 공식블로그 | ||
―뛰어난 선수가 나오려면 축구리그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한국형 축구리그 디비전 시스템 도입은 중요한 시도인 것 같다.
“지난 2013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정몽규 회장 1기가 시작되면서 ‘비전 해트트릭 2033’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대한축구협회 발족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33년을 목표로 3대 핵심가치와 5대 추진목표, 10대 정책분야, 3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경쟁력 강화, 인재육성, 열린 행정 구현, 축구산업 확대, 새로운 축구문화 조성 등의 목표와 함께 실천 과제가 담겨 있다. 나 역시 앞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 제안을 받고 합류하면서, 협회 내 미래기획단 일원으로 우리가 뭘 해야 할 것인가 논의를 통해 ‘비전 해트트릭’ 기획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핵심 과제가 디비전 시스템 도입이었다. 디비전 시스템을 위한 기획은 대한축구협회에서 틀을 구상해 대한체육회에 전달했고, 대한체육회가 기재부에서 내년 28억 원 예산을 받은 상태다. 일단 내년부터 142개 시·군·구, 852개 생활축구클럽이 참가하는 최하부리그인 기초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디비전 시스템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 건가.
“현재 프로축구는 K리그클래식과 챌린지로 구성됐고, 실업축구리그는 내셔널리그, 아마추어축구 K3리그가 있으며, 생활축구 기초리그가 있다. 지금은 각 레벨들이 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리그들을 디비전 시스템 도입을 통해 피라미드 구조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몇 개의 리그로 구성하고 각 리그에 몇 개 팀이 들어갈지 등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마스터플랜 1안을 비롯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1안은 프로축구 3개 리그, 아마추어 3개 리그, 생활축구 3개 리그로 구성하는 것이다. 아마추어 리그와 생활축구 리그는 지역을 권역별로 다시 나눠 리그제를 운영할 수도 있다. 경쟁력 확보에 따라 규모나 형태가 바뀔 수 있다. 경쟁력은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예산 확보가 문제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경제의 전망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디비전 시스템 도입과 동시에 승강제를 시행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디비전 시스템 도입을 발표하니 바로 승강제 시행이 되는 걸로 알더라. 물론 디비전 시스템의 핵심은 리그 간 승강제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디비전 시스템이라는 게 체계와 틀을 잡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등 각 레벨 내에서는 승강제를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완벽한 통합 승강제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우선 통합 리그가 완벽하게 정착이 됐을 때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팬들은 승강제에 관심이 많다.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는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하나의 비전을 제시하는 거다. 통합 리그에서는 실력이 좋으면 승격을 통해 누구나가 꿈의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구단으로서도 과거에는 가입비와 운영비 조건만 갖추면 신생팀이 프로 리그로 바로 직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비전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신생팀은 동네축구에서 단계를 밟으며 올라가야 한다. 목표 지향점이 설정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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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비전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구단의 운영비 문제에 대해 최순호 부회장은 각 구단이 단계적으로 운영비 조건을 충족시키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 ||
―우선 프로 리그보다 아마추어 리그와 생활축구 리그 저변 확대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하나의 디비전 시스템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프로와 아마추어 등 개념은 나뉘어야 한다. 프로축구는 ‘산업’이고, 아마추어는 ‘육성’이다. 생활축구는 말 그대로 ‘취미’다. 그 취지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기존의 목적을 인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은 아마추어축구다. 디비전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피라미드 구조 내에서 최상위 레벨의 운영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마추어 팀들의 레벨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거다. 축구를 하는 학생이나 선수들도 직업으로 안정감을 갖게 될 수 있다. 프로 데뷔나 대한 진학에 실패한 선수 출신들이 프로 언저리 레벨에서 계속 경기를 뛰며 경쟁하고 몸을 만들며 다음을 노려볼 기회가 넓어진다. 국가대표 문제에서도 이렇게 선수층이 두꺼워지면 재능 있는 선수를 찾기 쉬워진다. 아마추어 리그를 권역별로 나눠 최대한 많은 팀을 참가시키게 하고, 규모를 키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구단들의 운영비인 것 같다.
“협회에서는 기본적인 디비전 시스템의 틀을 잡아놓고, 각 리그 수준별로 요구하는 클럽 라이선스 제도를 설정하고 있다. 구단운영비 예산 및 경기장과 훈련시설·의무시설 수준, 선수단·감독 코치·프런트 인적구성 등에 대한 조건과 규약이 있다. 이런 것들을 적은 예산으로 갖추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모든 팀들이 예산이 확보돼야 승강제를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06년 내셔널리그 고양KB국민은행의 승격거부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는 제도가 제시한 요건에 예산을 충족시키는 팀이 거의 없다. K3리그의 경우 예산 50%를 충족시키는 팀이 몇 곳 있을 뿐, 나머지는 20~25% 수준이다. 이에 구단 측에 3년 안에 50%, 7년 안에 75%, 10년 100%,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충족시키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PL, 분데스리가 등 유럽리그는 승격을 하면 중계권료나 경기 수당이 크게 늘어나 그만큼 이익이 있다. 반면 K리그는 승격을 통한 수익은 크지 않은 반면, 구단 운영비만 몇 배로 늘어난다. 이에 자금 여유가 없는 구단에서는 승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디비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축구리그에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이 많으니까 승격지원금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에는 현재 그런 예산이 많지 않다. 디비전 시스템을 통해 축구의 가치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 수익이 생긴다고 본다. 그때는 K리그에서도 승격 팀에게 지원금을 줘 경쟁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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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호 부회장은 디비전 시스템을 통해 축구의 가치가 높아지고 수익도 생길 거라면서 조만간 디비전 시스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진=고성준 기자 | ||
―현재 내셔널리그에 속한 팀들의 합류도 문제라고 하던데.
“아마추어축구 K3리그에는 현재 20개 팀이 속해 있다. 내년부터 K3리그를 1부와 2부로 나눠 운영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은 내셔널리그의 10개 팀이 K3리그의 1부로 편입되는 거였다. 내셔널리그 팀들이 경기력이나 운영비 면에서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셔널리그의 팀들이 협회의 클럽 라이선스제도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별도법인 운영 등의 문제가 걸린다. 내셔널리그 팀들은 대부분 시청·공기업 팀이기 때문에 별도법인으로 전환을 못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승강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 안 돼, 일단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따로 리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합칠 수는 없다. 협회로서는 자연스러운 화학적 결합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디비전 시스템 가이드라인은 언제 나오나.
“클럽 라이선스제도 규정 등 디비전 시스템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거의 정비가 끝났다. 최종 조율만 남았다.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 디비전 시스템 완벽한 정착은 언제로 잡고 있는가.
“2~3년 기간으로 단계를 설정해 차근차근 밟아나가, 10년 후에는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가 완벽히 정착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민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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