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의 ‘갑질’ 논란이 1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피자 가맹본부인 MPK그룹이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에 치킨 메뉴를 추가하고 배달매장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해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더구나 미스터피자 국내 대표를 맡고 있는 최병민 전무가 미가협 임원 2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올해 안에 망한다”는 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6일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MPK그룹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사진=고성준 기자 |
지난 8월 11일, MPK그룹은 치킨 메뉴를 추가하고 기존 레스토랑매장에서 배달매장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미가협 측에 제시했다. 미가협 임원 2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MPK그룹 측은 직영매장에서 판매 중인 치킨의 시식을 권유하면서 “치킨을 팔게 되면 매장당 월 300만~500만 원 이상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PK그룹 측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매장에 121만 원 상당의 치킨튀김기 및 부스터를 무료로 설치해준다는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미가협은 지난 6일 정기총회를 갖고 MPK측의 제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를 밝혔으나, 대다수의 가맹점주들은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한 가맹점주는 “미스터피자가 저가브랜드인 피자○○ 치킨○○인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가맹점주는 “매출 하락으로 인력을 줄이다 보니 사장이 직접 나서서 피자를 만드는 가맹점이 대다수다. 치킨 튀길 인력도 없는 마당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강하게 거부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본사 직영매장에서 하루 3~4마리밖에 팔리지 않는다더라. 한 달 매출이 300만~500만 원 오른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보탰다.
▲ MPK그룹은 가맹점주협의회 측에 레스토랑매장에서 배달매장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
이들은 배달매장 전환 문제에도 반대 입장이었다. 레스토랑매장에서 배달매장으로 전환하려면 매장 이전이 불가피한 데다, 이에 따른 인테리어비 등의 부수적인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한 가맹점주는 “그동안 MPK그룹이 챙겨간 돈이 얼만데 고작 121만 원밖에 지원하지 않느냐. 배달매장으로 이전하려면 MPK그룹이 이사 비용과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지원하라. 그렇지 않으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다른 가맹점주도 “매장을 이전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광고가 중요한데, 가맹점주가 100% 광고비를 충당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결국 가맹점주들만 또 다시 피해를 볼 것”이라며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변화를 꾀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MPK그룹 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맹점주도 있었다. 한 가맹점주는 “단돈 100원도 아쉬운 현 상황에서 치킨을 추가로 판매하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보다 배달을 시켜먹는 손님이 늘어나는 현 트렌드에 맞춰 우리도 배달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리미엄만 고집하다 망한 외식 브랜드가 많다. 우리도 그 길을 걸을 수는 없지 않느냐. 불만만 토로할 게 아니라 MPK그룹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부터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미스터피자 갑질 논란이 1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
한편 전국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미스터피자 국내 대표를 맡고 있는 최병민 전무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 전무가 미가협 임원들 앞에서 “(미스터피자가) 이대로 가다간 올해 안에 망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자리에 있었다는 한 미가협 임원은 “망언을 직접 들었다”면서 “국내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 가맹점주들 앞에서 그게 할 말인가. 당시 내 귀를 의심했다”고 전했다.
다른 미가협 임원에 따르면 당시 최 전무는 문제의 발언에 앞서 한 전문기관에 브랜드 평가를 의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올 12월 이전에 미스터피자가 망할 것이라는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국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해야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며 “평가 결과를 도표나 그래프로 분석해서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전무 발언에 대해 MPK그룹 관계자는 “앞뒤 상황을 모두 배제하고 ‘올해 안에 망한다’는 말만 내세워 MPK그룹을 모함하는 것이다. 당시 가맹점주가 무리한 요구를 했고, 최 전무가 ‘상황이 어렵다’는 말을 하려다 실수로 내뱉은 말”이라며 “직원들끼리 ‘우리 회사 망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하지 않느냐. MPK그룹 직원들끼리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매우 상황이 안 좋다. 최 전무의 말이 왜 망언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MPK그룹 브랜드 평가에 대해서는 “브랜드 평가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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