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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건희]삼성, Fast Follower 방식으론 미래 없다

인터뷰/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2014.05.26(Mon) 07:49:02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열흘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긴 힘들 것이란 게 재계의 예측이다. <비즈한국>은 미래학자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를 만나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에 관한 얘길 들어봤다.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에서 만난 그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당장 그룹의 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그룹 위기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으로 확신하는 이유는 뭔가.

삼성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각 부문별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오늘의 삼성이 있을 수 없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회사의 주도권을 장악한 지 20년이 넘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이건희 회장의 비전이 삼성의 DNA가 된지 오래다. 이 회장의 지시가 없더라도 임직원들은 알아서 움직인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가 밝다는 의미인가.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거란 얘기다. 만약 현재 상태로 계속 간다면 삼성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2 정도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다.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거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삼성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이건희 회장은 평소에도 ‘위기’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올해 초 신년하례식 때도 위기와 혁신을 강조했는데 그 이유가 바이오 헬스 산업을 염두에 둔 것인가.

반드시 바이오헬스산업 하나를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건희 회장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본인 말고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내 생각엔 이 회장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했을 거다.

지난 80년대와 90년 대 삼성의 발전 모델은 소니와 파나소닉같은 일본 전자업체들이었다. 이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삼성이 택한 전략이 바로 ‘패스트 팔로워’다. 패스트 팔로워란 이미 형성된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기존의 것들보다 더 좋은 품질로 빨리 만들어 선두 주자를 따라잡는 전략을 의미한다. 소니 같은 회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다. 삼성도 같은 전략으로 성이것을 보고 이 회장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 우리도 언젠가 중국 업체들에게 추격당해 무너지고 말겠구나’. 그래서 바이오 헬스 등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지만 이것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걸 이건희 회장은 분명히 느꼈을 거다.

미래 먹거리 찾기 말고 지금의 삼성에 더 중요한 건 뭔가.

미래 먹거리 찾기는 기존의 성장 전략과 다를 게 없다. 예전에 반도체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성공한 것, 스마트폰에 집중해 지금의 삼성이 있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이미 성장할 만큼 성장한 기업이다. 성장의 끝엔 자기 혁신 밖에 없다. 삼성이 해야 할 건 미래 먹거리 발굴이 아니라 자기 혁신이다. 자기 혁신을 하기 위해선 먼저 자기를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해왔던 성장 전략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소니와 같은 회사들이 무너진 것도 예전 성공 전략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자기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기를 버리기 위해선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더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모두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했던 사람들이다. 삼성 역시 경영학적 마인드에서 벗어나 동양의 사유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 이건희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잘 이끌 것으로 보는가.

   
알 수 없다. 내가 알기로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구상이나 미래 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리더가 돼야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정성이란 내가 아닌 남들이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단의 비전이란 리더의 자아가 투영돼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리더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해 잘 알려면 스스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근본적인 성찰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나아가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이 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남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는 거다. 그래야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자기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가치 창조’다. 무엇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지 거기에만 주력해선 안 된다. ‘삼성가’란 소아(小我)를 버리고 ‘삼성’이란 대아(大我)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 발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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