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리카드는 새로운 광고를 시작했다. ‘아시아 5개국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카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5개 국기가 그려진 손이 카드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작은 글씨로 ‘국내 유일의 아시아 여행 전문 카드, 자유로운 여행 카드’라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우리카드의 아시아 5개국이라는 글 밑에 보이는 5개 국가는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일본이다.
▲ 지하철 역사에 부착된 우리카드 광고. |
한국에서 집행된 이 광고는 엉뚱하게도 중국에서 큰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고가 집행되고 두 달여가 지나 뒤 늦게 중국 SNS인 웨이보 등을 통해 항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외교문제로도 비화할 가능성이 있어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하나의 중국’을 천명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대만 국기에다 홍콩·마카오의 상징을 등장시켜 4개국이라고 표현한 광고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쯔위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대만에 대해서 민감한데 홍콩과 마카오까지 별도의 국가로 표현한 광고는 중국인들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이번 광고에 대해 조직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 한 중국인 웨이보 이용자의 글. 사진=웨이보 |
▲ 다른 중국인 웨이보 이용자의 글. 사진=웨이보 |
한 중국인 웨이보 이용자는 “숫자 셀 줄 모르냐. 어떻게 셌기에 아시아 5개국이 나오냐. 지하철에 이런 광고를 내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분개했다. 다른 중국인 웨이보 이용자는 “XX이냐. 어떻게 아시아 5개국이냐”라며 한국어 욕설까지 적어 놓았다. 웨이보에서는 우리카드에 항의하는 방법,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전화번호 등도 공유되고 있다. 가뜩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어지러운 한-중 관계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중국인은 웨이보를 통해 이 광고를 접하고 우리은행 본사에 항의를 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 지사와 한국 우리은행 본사, 양쪽에다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며 “우리은행 중국지사 직원은 ‘이미 상부에 얘기했다. 알려줘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한국 직원은 ‘홍콩하고 마카오는 다른 국가 아니냐. 올림픽 때 대표단이 있었다’라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이 광고는 한국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 여행 전문 카드’라는 설명 속 5개국은 중화권과 일본뿐이다. 국가의 이름은 적지 않고 국기만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나라인지 모를 가능성도 높다. 여행을 즐긴다는 김병국 씨(28)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홍콩 기나 대만 국기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마카오 기는 흔히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인지도 알 수 없었다. 동남아 국가로 짐작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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