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선 알리바바의 질주가 거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5일 막을 내린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마윈 회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했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마 회장을 경제 고문으로 위촉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마 회장이 제시한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이 큰 호응을 얻었고 ‘항저우 G20 정상선언문’에 그 내용이 포함됐다.
마윈과 알리바바의 성공기를 짚어본다.
▲ <포브스> 표지에 실린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포브스 |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마윈 회장은 항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항주 토박이로 키는 162cm, 체중은 45kg에 별명은 ‘ET’다. 젊은 시절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그였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특히 그가 창업한 알리바바는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2014년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2480억 달러(약 259조 원)를 넘어서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 같은 해 9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첫날에 시가총액 2314억 달러(약 242조원)를 기록하며 단숨에 페이스북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이는 아마존(1531억 달러)과 이베이(6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성장엔 마윈 창업주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월급 15달러 영어 교사에서 출발
마윈은 가난한 경극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공부도 잘 못해서 3수 끝에 항저우사범대학에 들어가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매달 15달러를 받으며 영어 교사로 일하다, 1995년 통역사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때 ‘인터넷’이라는 문화를 처음 접하고 중국에 돌아가 1999년 17명의 젊은이들을 모아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다.
창업 초기 그는 B2B(기업 간 거래)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그러나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해 출범하자마자 위기에 빠졌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차이충신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이다. 1998년 마윈을 처음 만났을 때 차이충신은 인베스터AB 홍콩지사에서 7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는 마윈의 장래에 확신을 갖고 단 500위안의 월급을 받으며 도왔다.
차이충신은 알리바바의 투자, 재무 전 부분을 총괄하면서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알리바바의 존재를 알게 된다.
2000년 1월 손정의 회장은 중국에서 건너온 전직 영어교사 마윈을 만났다. 그는 손 회장 앞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6분 정도 듣던 손 회장은 브리핑을 중지시켰다. 당황하는 마윈에게 손 회장은 “저는 벌써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2002년 1위안의 순익을 냈던 알리바바는 10여 년이 지난 현재 기업가치 250조 원, 직원 2만 4000여 명의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알리바바 그룹을 통해 거래되는 전자상거래 규모는 연간 250조 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5월 알리바바 T-mall 한국관 개통식에 참석한 마윈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최준필 기자 |
#가치 경영의 성과
해외 진출을 꿈꾸는 중소기업들이 흔히 겪는 애로점이 3가지 있다. 무역장벽, 시장창출, 자금난이다. 알리바바는 중소기업이 느끼는 이 세 가지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어떤 나라의 기업이든 알리바바의 회원만 된다면 240개 나라의 시장과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윈 창업주가 알리바바를 처음 만들 때도 중국의 중소기업들을 돕겠다는 생각이었다.
알리바바는 창업 초기 중소 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무료 정책과 정보 무료 등록을 고집하며 전자결제·상거래 모델을 만들었다. 무료를 주장하는 마 회장을 많은 동료와 전문가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간판조차 없는 중국의 숱한 중소기업들이 알리바바의 서비스를 이용해 글로벌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데 성공했다.
마 회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기 직전 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계 경제에 문제가 생겼으니 모든 기업은 도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알리바바나 인터넷 업체는 다른 일반 기업처럼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 않겠지만 알리바바의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매우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고객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알리바바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남민우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다. 청년창업은 창업자 자신은 물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한국의 마윈이다. 중국은 마윈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을 비도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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