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윤은 그렇게 왕위에 올랐다. 선수를 이기고, 맵을 이기고, 그렇게 명실상부 최강자에 올랐다. 그때까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누구도 끝내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마재윤의 전성기를 푸켓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 한 프로토스가 꺾을 줄.
이윤열과의 온게임넷 결승 이후 1주일 뒤에 MSL 결승이 있었다. 결승전 상대는 강민을 4강에서 3:0으로 꺾고 올라온 김택용이었다. 당시 김택용은 ‘어쭈, 신인 주제에 잘하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재윤의 지배를 멈출 유일한 선수라 꼽혔던 강민을 3:0으로 완벽하게 잡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쭈’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유는 그것이 동족전이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그 선수가 결승에서 ‘승리확률 2.69%’라는 거대한 벽을 뚫어버렸다. 통곡의 벽, 프로토스의 재앙, 전무후무한 포스를 내세우던 마재윤을 3:0으로 셧아웃시켰다. 심지어 김택용은 결승 직전 푸켓으로 팀 차원 1주일 휴가를 갔다왔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푸켓토스’라고 불린 선수가 마재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뭐 그만큼 마재윤 잡기가 어렵다더라. |
팬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테란도 아니고 토스가?!?!’, ‘강민도 아니고 신인이?!’ 등의 말잔치가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팬들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말줄임표로 본인의 소감을 대신했다. 결승 직전 분위기가 어땠냐면, 한 사이트엔 ‘김택용을 위한 빌드’라며 어떤 분이 빌드를 만들어 선사했을 정도다. 거짓말 안 치고 98.9% 팬들이 마재윤의 승리를 점찍었다.
이런 짤도 돌아다녔다. |
나 역시 결승을 생방으로 볼 필요가 없다 싶어서 학원에 맘 편히 갔는데 3:0 스윕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당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비수를 꽂는 김택용이다. |
이것이 그 유명한 ‘3·3혁명’이다. 마재윤이 3해처리-디파일러의 재발견으로 현대 저그를 다시 썼으면, ‘택신’ 혹은 ‘용택이’ 김택용은 이날의 혁명으로 현대의 프저전을 다시 썼다.
신화이자 혁명. |
괜히 혁명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마재윤의 3해처리 체제 이후, 테저전의 패러다임이 ‘미친 저그(러커 생략 후에 뮤링만으로 테란을 바르거나 멀티 이후에 울트라+스커지)’로 잠시나마 넘어갔지만, 김택용의 ‘비수류 프로토스’는 3·3혁명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택용이 새롭게 기틀을 다진 패러다임은 잠시의 부진은 있었지만 몰락은 없었다.
이윤열을 꺾고 얻은 왕좌는, 코 큰 토스에 의해 1주일도 되지 않아 공중에 먼지처럼 흩뿌려졌다. 3·3혁명 직후, 마빡이(마재윤 빠돌이)들을 제외한 모든 스갤러와 팬들이 기립해 인터넷을 터트렸다.
여튼 탈탈 털린 마틀러는 그 이후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이성은에게 관광세리머니를 당하고, PC방 예선을 거듭했다. 당시 이성은은 마빡이들에게 “게이머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라”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검거완료였으며 정의구현이었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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