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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윤창중 컴백, 엄마부대 ‘환호’

성추행 논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피정> 북콘서트에서 생긴 일

2016.09.06(Tue) 10:28:47

불과 3년 전 조용히 사라졌던 그때와 이날 그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미국에서 성추행 논란을 일으켜 해임됐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성추행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그는 북콘서트로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9월 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신작 <피정(避靜)>의 북콘서트가 열린다는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를 찾았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행사지만 1시간 전부터 진행된 사인회 때문인지 이미 카페 내부는 만석이었다. 앉아 있는 사람 대부분이 노년층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중엔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있었다. 서 있는 기자와 참석자가 많아 움직일 때마다 “잠시만요”를 반복해야만 했다.

카페 한쪽에는 책을 판매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는 매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윤 전 대변인이 앉아 있는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 사인을 받았다.

   
▲ 지난 9월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신간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최준필 기자

잠시 뒤 3시가 안 된 시각, 뉴라이트 계열 학자로 유명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 2013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의 입장을 간략히 대변했다.

주장인즉 ‘W호텔 바 사건’의 경우 운전기사와 윤 전 대변인이 나란히 앉고 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여성 인턴이 앉았기 때문에 신체적 접촉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호텔방에서의 성추행 역시 사실이 아니며 윤 전 대변인은 아침에 샤워를 하던 중 인턴이 갑자기 찾아와 얼떨결에 속옷차림으로 돌아가라고만 말했다는 것이었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류 교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가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를 쳤다. 일면식이 있는 사이인지 많은 참석자들이 서로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잠자코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촬영이나 메모에 열중한 기자들이었다.

이어 사건 당시 W호텔에 묵었다는 유진철 미주한인회총연합회 24대 회장의 녹취음성이 공개됐다. 윤 전 대변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증언이었다. 유진철 회장과 통화를 했다는 팟캐스트 ‘신의한수’의 신혜식 대표도 그 자리에 있었다.

   
▲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열린 북콘서트에서 언론과 반대한민국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드디어 윤 전 대변인이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연단에 선 윤 전 대변인은 준비한 발언문을 한 단어 한 단어 끊어가며 힘을 줘 읽어나갔다. 억울함에 대한 토로, 반(反)대한민국 세력, 언론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 문단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에효”, “하” 등의 탄식이 앉아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저 윤창중 돌아왔습니다”라는 부분에선 윤 전 대변인의 이름을 단체로 연호하기도 했다. 흡사 아이돌 콘서트에 온 듯했다.

3시 40분경. 본격적인 북 콘서트가 시작되고 윤 전 대변인이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가장 악랄하게 쓴 신문으로 <조선일보>를 꼽은 윤 전 대변인은 이어 “정치부 부장으로 몸 담았던 <세계일보>에서 애지중지하던 후배도 나를 악랄하게 묘사해놓았다"고 분노했다. “내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자살뿐”이었다는 그의 말에 곧바로 “그건 아닙니다”, “밝혀야죠” 등의 반응들이 나왔다. 관객석에서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을 지목하여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어 청년 패널 2명이 등장해 윤 전 대변인에게 언론의 문제점, 당시의 심경 등에 대해 각자 한두 개의 질문을 던졌다. 두 패널 중 여성은 류석춘 교수가 이사로 있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청년모임 ‘청년박정희연구회’의 회원이라고 했고, 남성은 류 교수의 제자였다. 따로 관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은 없었다.

언론을 ‘정신적 독극물’, ‘제1의 암적 존재’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윤 전 대변인은 “사실 대한민국에는 존경할 만한 언론인이 단 한 명도 없다. 나에겐 황장수 소장, 변희재 대표가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윤 전 대변인은 지속적으로 토크쇼를 가질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쯤 토크쇼를 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성원해 주신다면 금년 송년회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역시나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었기 때문일까. 한 참석자는 “윤창중을 대통령으로! 노무현, 김대중도 했는데”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북콘서트의 후반부에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 등 여러 연사들이 축사를 이어나갔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후엔 세계일보 회장을 역임한 손대호 선문대 부총장과 신혜식 대표, 김기덕 동아방송대 교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이 축사를 이어나갔다. 축사 도중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남성 관객의 전화벨이 울렸다. 당황한 남성이 휴대폰을 끄려 했지만 금방 되지 않자, 곧바로 “아저씨 좀 어떻게 해보세요”, “저기요 끄세요”라며 관객들의 면박이 쏟아졌다.

한 사람당 3분 정도로 제한한 축사가 계속해서 길어졌다. 결국 행사는 예상했던 5시를 훌쩍 넘은 시간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윤 전 대변인의 아들과 부인도 참석했다. 모자는 관객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만 간단히 한 뒤 관객석에서 사진을 찍거나 조용히 참관했다.

한편 북콘서트 이후 윤 전 대변인은 5일 오전 본인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윤창중 칼럼세상’을 통해 ‘내년 12월 대선을 승리하려면 조선일보부터 혁파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예고한 대로 언론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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