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망했어요] 가구제조 스타트업 김태용 스토리 2

“지금이라면 시작 안했을 것 하지만 실패는 소중한 경험”

2016.09.05(Mon) 23:07:42

[망했어요] 가구제조 스타트업 김태용 스토리 1에서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위기는 언제 찾아왔나요.

“론칭 후 3개월 지나니까 찾아왔어요. 판매가 부진하고 팀의 사기도 떨어지고, 협력하던 공장도 판매가 부진하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어요. 팀원 한 명이 너무 힘들다며 그만두니, 나머지 팀원들도 줄줄이 그만두었습니다. 판매는 부진하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결국 혼자 남아 사업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김태용 씨 프로필 사진. 사진=김태용 씨 제공

―그럼 3개월 만에 끝난 거네요.

“그렇죠. 런칭하고 3개월 만에 끝났죠. 근데 사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사업이 끝낸다고 끝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재고 처리도 해야 하고 특허, 업체 계약건 등 마무리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결국 재고처리는 언제 끝났어요.

“재고를 다 처리하는 데 거의 8개월 정도 걸렸어요. 가구를 조립하고, 닦고, 포장하고, 배송하고, 고객 상담 전화를 받는 등 4명이서 하던 일을 혼자 하니까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그러다 창고 계약 기간 마감 직전까지도 재고가 꽤 남아서, 그래서 페이스북에 ‘망했다, 떨이로 드릴 테니까 좀 사달라. 창고 빼야 된다’ 글을 올렸어요.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사람 하나 살립시다’며 글을 공유했고, 겨우겨우 다 팔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을 꼽자면 무엇인가요.

“가치중심적 비전이 중요해요. 그것에 강력하게 공감하는 꼭 필요한 사람들을 모야야 하고요. 그런데 당장 사람이 필요해 썼어요. 전략적으로도 정교함이 하나도 없었어요. ‘물건만 잘 만들면 모두 잘될 것이다’ 너무 낙관적으로 패기 넘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바꿔서 시도를 해보셨겠어요.

“지금이라면 시작을 안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래도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왜냐면 살면서 돈을 그렇게까지 쓰면서 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던 분들하고도 안 좋았던 상황에 비해서는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그냥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해요.

   
▲ 당시 김태용 씨가 생산해 판매한 가구. 사진=김태용 씨 제공

―실패를 겪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게 경영이구나. 폰 케이스 만들 때는 그때 같이하던 사람들은 직장 생활도 해봐서 기본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꾸리고 운영하는지 경험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하고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운영을 하면 저는 거의 창의적인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런데 혼자 창업해서 그 일을 하려니까 어려웠어요. 어떻게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세우고, 어떤 사람을 어떤 역할에 배치하고 생산력 있게 운영을 하는가에는 완전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망하지 않았나 싶어요. 또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해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아무것도 없어도 이걸 하면 행복할 수 있겠다,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다, 이런 일을 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그걸 공감하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천천히 모아야 하구요.

―가구제조업에 뛰어들었던 걸 후회하나요.

“아니요. 그걸 하면서 스스로 성장을 많이 했다고 느꼈어요. 물론 같이 했던 사람들한텐 미안하죠. 가구사업에 실패하고 난 뒤에 서른 살 되기 전까지는 기가 막힌 성공보다는 잘 실패하면서 성장해 나가자고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실패를 한다는 건 중요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지금 창업을 하거나 도전을 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이냐, 가치냐 이런 얘기들 많이 해요. 근데 부자들 하는 이야기가 별로 틀린 게 없는 것 같아요. 가치를 찾아서 돈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리더나 사장, 창업자가 오로지 돈, 돈 하면서 창업했다고 한다면 그 사람 혼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그 사람을 안 따라오는 것 같아요. 진짜 성공도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아서 그 가치를 이윤이나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경우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진짜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살면서 한번 풀어 봐야죠. 그걸 풀어보신 분들이 나중에 또 창업을 하고, 성공 확률도 높은 것 같습니다.”

―최근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한다고요.

“사업도 망했고 정리도 다 했으니까 ‘학교나 다녀야겠다’ 하고 복학을 했는데, 대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대학생이 대학신문도 쓰고 책도 쓰고 대자보도 쓰는데, 읽어보니까 문제의식도 있고 내용이 좋은데 아무도 안 보더라고요. 20대는 SNS 이런 거를 가장 많이 하는 땐데 꼭 학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대자보 붙이더라고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파급력이 부족해보였어요. 이런 목소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좀 더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이랑 ‘야 이거 문제지 않냐’ 하다보니까 미디어 창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힘든 선택이 될 줄을 몰랐죠. (웃음) 근데 재미는 있어요. 왜냐하면 공감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요. 기성세대들은 조중동, 한겨레, 경향에 뭐 나왔다더라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데, 20대들 사이에서는 딱히 그런 매체가 없어요. 대학생들도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해 보여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핫클릭]

· [망했어요] 가구제조 스타트업 김태용 스토리 1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