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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최은영 ‘한진해운 책임론’ 못 벗는 이유

최은영, 계열사거래로 이익 챙겨…조양호, 알짜자산 처분의혹

2016.09.02(Fri) 09:05:11

국내 최대선사를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현 오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전 오너였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한진해운은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해운이 지난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파산6부(파산수석부장판사 김정만)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인 30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긴급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자구노력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신규자금 지원 요청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이어 오는 4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 압류, 화물운송 계약해지, 용선 선박 회수, 해운동맹(얼라이언스) 퇴출 등을 피하기 어려워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단과 감독기관인 정부 등을 향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한진해운의 현 총수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전 오너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내몰리는 것을 방치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겼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최은영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하자, 이듬해 경영권을 물려받아 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하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최 회장은 글로벌 해운업 시황 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자 최 회장은 시숙인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최 회장은 결국 2014년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한진해운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최 회장은 법정관리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재임 기간 동안 160억 원 규모의 경영자 보수를 받으면서, 고가 용선료 계약 결정 등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회장직에서 내려오면서 알짜 계열사인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유수로지스틱스 등을 챙겼다. 이후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대표직을 맡아 현재 정보기술(IT)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유수홀딩스 계열사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진해운과의 거래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박관리업을 하는 유수에스엠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관리 중인 선박 86척 중 62척이 한진해운 소속이다. 해운운송 솔루션 등을 공급하는 싸이버로지텍도 한진해운 비중이 4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도 유수홀딩스가 소유해 한진해운으로부터 매년 140억 원의 임대료도 챙기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한진해운과 끈이 이어져 있지만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안을 강구하고 있을 때도 도움을 준 적이 없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최 회장 일가의 재산은 1850억 원 수준이다. 

최 회장 일가는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27억 원 규모의 한진해운 보유주식 96만 7927주를 매각,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직원들과 개인투자자, 협력업체 등이다”라며 “지금은 비록 회사를 떠났어도 과거 오너로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사죄의 뜻으로 사재 출연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 없이 한진해운으로부터 임대료 등 돈을 받으며 호가호위하니까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비즈한국DB

자율협약에서 자구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이미 부실해진 한진해운을 최 회장에게 넘겨받은 ‘구원투수’인 데다, 이미 대한항공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1조 원 상당의 자금을 쏟아붓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100%나 되는 등 한진그룹 역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채권단이 요구하는 5000억 원 이상의 지원은 무리”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앞두고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처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미 핵심자산 대부분을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넘겼다.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 부산신항만 지분 50%,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지분 21.3% 등이 한진그룹 계열사에 줄줄이 매각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지난 5월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될 당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피할 수 없음을 파악하고 청산을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이미 3개월 전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버려야겠다는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른다”며 “다만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그룹은 할 만큼 했다’는 면피용 명분을 쌓기 위해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한 것도 한진해운 살리기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며 “한진해운은 부친인 조중훈 창업주가 사업을 처음 시작한 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쉽게 내칠 수 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알짜자산 빼돌리기 논란에 대해서는 “한진에서 인수한 한진해운의 자산들을 들여다보면 막상 돈이 되는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우량자산을 또 다른 국내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비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진해운은 이제 법정관리를 신청해 아직 존속될지 청산될지도 정리되지 않았다. 또 이제 위기에서 한숨 돌린 현대상선에 무턱대고 인수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계획은 당국의 종합적 방침일 뿐”이라면서 “이미 한진그룹과 유수홀딩스가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다 챙겨간 상태에서 우량자산이 얼마나 남아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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