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진짜 에코백’ 업사이클링 열풍 뒤에는…

국내시장 100억 불과…인식부족에 재료·인력공급 어려워 ‘불안 반 기대 반’

2016.08.31(Wed) 17:04:37

네모반듯한 손잡이가 달린 가방. 흔히 생각하는 ‘에코백’의 정의다.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는 PVC로 전면을 덮은 가방이 에코백이라며 불티나게 판매된다.

친환경적 소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폐기물에 디자인을 더한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산비닐, 자동차 시트, 현수막 등으로 만든 가방이 비싸게는 몇십만 원에 판매되지만 없어서 못 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업사이클링이 친환경적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지나친 낙관이라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 폐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이 국내에서도 큰 주목받고 있다. 사진=한국업사이클링디자인협회 홈페이지 캡처

업사이클링은 폐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선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된 업사이클링은 최근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작년 업사이클링 내수시장 규모를 100억 원대로 추정했다. 2년 전인 2013년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 6월 30일에는 대전 서구에 환경부와 대구시가 예산을 투자한 한국업사이클링센터가 들어섰다.

사실 그동안 ‘친환경’이란 수식어가 붙은 제품 중 상당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었다. 마케팅 수단으로 친환경을 내세워 불필요하게 많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심지어는 친환경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무분별하게 ‘에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식이었다. 한 포털사이트 쇼핑창에 에코백을 검색해보니 PVC부터 가죽까지 여러 가지의 재료를 사용한 가방들이 검색되었다. 환경 관련 책을 낸 적 있는 연예인의 이름을 단 명품 가죽가방은 ‘***에코백’이라며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개념소비나 기부가 과시의 수단이 된 것도 ‘무늬만 친환경 소비’를 만든 원인 중 하나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한 강연을 통해 “꽤 오래된 현상이지만 개념소비나 기부가 과시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연극적 개념소비다. 럭셔리한 에코백을 열몇 개쯤 사놓고 날마다 다른 걸 골라 드는 식”이라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 사용된 현수막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나선 바 있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반면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적 가치를 실천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함께 가격, 만족도 등을 면밀히 따지는 가치소비가 확대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큰 강점 중 하나는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점이다. 한 업사이클링 사업자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이전에 현수막, 자동차 시트였다는 식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고, 수량 자체도 적거나 하나이기 때문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별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유럽의 경우 업사이클링 사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국내는 아직 40억 원에 불과하다. 미래를 예측하기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부족이다. 한국업사이클링디자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세척, 재수선 등 일반 제품보다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남이 쓰던 물건’, ‘고물’이라며 제 값을 주고 사길 아까워한다”며 “재정상태가 열악한 개인 사업자들이 주가 되는 업사이클링 시장에서 수요부족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어렵게 수요를 늘리더라도 업사이클링 제품의 특성상 재료를 무한정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폐소방호스 가방으로 유명한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의 이규동 대표는 “1년 정도 수입이 거의 없다가 지난해 소방 이슈가 뜨는 가운데 수익금 중 일부를 소방관들의 복지를 위해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요가 급증했다”며 “그러나 폐호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사업가로서 한계를 느꼈고 결국 얼마 전부터는 소방 브랜드로 탈바꿈해 일반제품들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처음에는 올바른 업사이클링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본 끝에 제품 전체가 친환경적 재료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재활용 재료를 일부 사용한 것만으로도 환경오염을 어느 정도 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국내 업사이클링 사업의 가장 큰 난관은 업사이클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이다. 사진=파이어마커스 인스타그램 캡처

버려진 캔버스로 가방을 만들어 출시 1년 만에 서울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얼킨(Ulkin)’의 이성동 대표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만으로는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결국은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2001년도 S/S 마르지엘라 장갑 원피스처럼 이전부터 존재하던 실험적인 개념이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입지가 확대된 거라고 본다. 업사이클링 안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고유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고급 인력 양성이 핵심적이라고 조언한다. 김미화 사무총장은 “업사이클링에서는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지만, 아직은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이 열악하기 때문에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센터 건립에 100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등 업사이클링에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패 확률이 큰 사람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핫클릭]

· ‘만원의 행복’ 저가 라이프스타일숍 쑥쑥
· 버려진 쓰레기, ‘패션’으로 되살아나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