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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마지막 충정’ 법적 효과는? 글쎄…

“신동빈 이후 롯데그룹 비자금 없다” 했지만 검찰 자신감…신격호 회장과의 관계도 부담

2016.08.29(Mon) 15:32:24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영육이 탈진해 더 버티기 힘들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남긴 유서 중 일부다. 이 부회장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친 뒤, 평생을 몸 바친 롯데그룹에 대한 충성심으로 남은 유서를 채웠다. “롯데그룹은 비자금이 없다”고 못 박으며 롯데 오너 일가를 옹호한 것. 하지만 그가 진짜 보호하려 했던 사람은 40년 넘게 근무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좌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보다는 아들 신동빈 회장이었다.

   
▲ 지난 27일 오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고 했지만, 이인원 부회장은 “2007년 제가 (정책)본부로 부임한 후”라는 시점을 조건부로 달았다. 그 전에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문제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그러면서도 신동빈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 회장에 대해 “정도경영을 하려 애쓴 분”이라면서 “지난해 초까지 모든 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했다”고 경영 과정상 배임이나 횡령에 대한 책임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돌렸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감안해서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사실 이 부회장 유서 속 내용들은 검찰(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수사 때보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뒤 신동빈 회장 쪽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근거로 쓸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측근이 신동빈 회장이 아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라고 하지 않았느냐, 배임이나 횡령 혐의 적용은 억울하다”며 말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특수수사에 밝은 한 판사는 신동빈 회장만 기소된 상황을 전제로, “설사 이인원 부회장의 유서 내용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해도 검찰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은 2007년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했지만 사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회장 때부터 가신 역할을 담당하며 오너 일가의 개인사적인 부분에도 깊게 관여했던 인물이다. 

롯데 오너 일가와 친분이 두터웠던 한 경제계 인사는 “이인원 부회장은 과거 1980년대부터 신격호 회장, 신영자 이사장이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면 그룹 내 인적, 물적 자산을 동원해 해결하곤 했던 인물”이라며 “1980~1990년대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때문에 검찰이 이 부회장의 이런 역할까지 입증해 ‘비자금 조성 부인’을 탄핵하면, 신동빈 회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은 사실상 크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도 ‘마지막 충정’ 같지만, 그 내막을 보면 재판에서 ‘증거’로 효과를 발휘하는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 경영에 손을 떼기 전까지 ‘신격호의 남자’라 불릴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인 까닭에서다. 

평사원으로 시작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1998년에 롯데쇼핑 대표직을 맡았고, 2011년 비 오너 일가로는 처음으로 롯데그룹 부회장급인 정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 내에서 ‘샐러리맨 신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준 게 신격호 총괄회장인데, 정작 그는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신동빈 롯데’ 체제로의 변화에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신 회장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쪽에서 이 부회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관계가 틀어진 셈인데 이런 과정까지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의 유서가 재판부에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에 당혹해 하면서도, 수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일부 소환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 전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계열사에서 만들어진 수백억 원 규모의 비자금 입증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롯데 오너 일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임원들은 수사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며 신동빈 회장 기소 및 처벌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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