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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디스카운트’…중국기업 상장 딜레마

올해부터 재승인, 중국원양자원 허위공시 사건 등 터지며 우량기업까지 피해

2016.08.26(Fri) 11:50:11

국내 증시에서도 상장된 일부 중국 기업이 ‘분탕질’을 쳤다. 분식회계부터 허위공시까지 수법도 가지가지. 최근 국내 증시서 일고 있는 ‘차이나디스카운트’의 진앙이다. 건전하고 우량한 다른 중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의 상장을 유치해 자본시장을 활성화 하겠단 금융·증권 당국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이런 중국 기업을 용인할 것이냐 말 것이냐, 딜레마에 빠졌다.

   
▲ 일부 중국 기업의 '분탕질' 때문에 '차이나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거래소 시황판과 중국 이미지 합성. 사진=비즈한국DB

중국의 완구·콘텐트 전문기업인 헝셩그룹은 지난 18일 코스닥 시장에서 첫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완구와 아동의류를 판매하는 한편 현지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재짓(Jazzit)을 공급하는 역량 있는 회사. 지난해 매출은 2012억 원, 영업이익은 392억 원에 달했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완화로 상장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날 종가는 2700원으로 시초가 대비 540원(16.67%)이나 내리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공모가는 3600원이었다.

헝셩그룹이 상장 첫날 수모를 겪은 이유가 중국원양자원 때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거래소는 올해부터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을 재승인했는데, 지난 7월 말 중국원양자원이 허위공시 사건을 일으켰다. 홍콩의 한 기업으로부터 빌린 돈과 이자 74억 원을 못 갚아 소송을 당했으며, 계열사 지분의 30%를 가압류 당했다고 지난 4월 공시했는데, 이 내용은 허위로 밝혀졌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감수하고 거짓으로 소송을 당했다고 밝힌 것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트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대주주가 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추가 매입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다. 거래소는 이 문제의 진위 여부를 묻는 조회 공시 요구를 했으나,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다. 이 사건은 대주주의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또 올 초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주주들의 집단 반발을 사기도 했다. 주주들을 설득하겠다며 벌인 대책은 화상 통화가 전부였다. 주주들은 항의의 뜻에서 이사 선임안을 부결하자 사측은 조업을 중단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벌였다. 홈페이지의 선단 사진도 포토샵 등으로 조작한 의혹도 있다. 

올해는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3년 만에 재개된 해다. 지난 2011년 중국고섬이 1000억 원대 분식회계로 2013년 상장폐지가 되면서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상장이 재개되자마자 중국원양자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을 향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을 기다리던 중국 기업들이 많은데, 중국원양자원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벌이며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해 저평가 하는 기류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간 외교 갈등이 빚어진 것도 문제를 키웠다.

헝셩그룹은 상장 후 2~3거래일엔 적잖은 상승세를 누렸지만, 차이나디스카운트가 불거진 마당에 언제고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헝셩이 중국고섬과 중국원양자원과 같은 복건성 출신 기업인 데다 휴가철 비수기가 겹쳐 저평가 국면에 놓였다”며 “단기 이슈가 주가에 긍정적일 순 있으나 근본적으로 중국 기업 전반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헝셩그룹은 일단 최대주주가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에 2년의 보호예수기간을 걸고, 한국사무소 설치를 추진하는 등 투자자들과의 스킨십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연초에 상장해 차이나디스카운트의 피해를 본 크리스탈신소재나 로스웰도 중간배당 계획을 밝히는 등 소통의 기회와 창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부 중국 기업의 부적절한 처신과 우량 기업의 고행에 거래소만 낯 뜨거운 상황이 됐다. 거래소는 중국 우량 기업의 국내 상장을 유도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 중국은 물론 미국·유럽의 투자도 대거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고섬·중국원양자원 문제로 투자자의 손실이 상당했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상장 적격 심사를 제대로 펼쳤느냐는 의문과 비판이 적잖게 제기된다. 거래소의 의도와는 달리 비판받을 상황으로 몰린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중국 기업의 재무상태는 물론 오너의 성향, 관계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라며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와 거래소에 차이나디스카운트의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거래 관행도 투명해지고 있어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상장 시장이 처음 열리면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최근 발생한 차이나디스카운트도 상장 초기에 흔히 발생하는 해프닝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1세대 중국 기업은 회계 등 불투명한 부분이 있었으나, 올 들어 상장하는 회사들은 기술과 시장성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곳”이라며 “적극적인 배당정책 등 주주가치 증대 협력관계 조성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정책의 지속성과 중국과의 관계, 자본시장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따라 중국 기업의 상장을 지속 추진할 전망이다. 저금리 여파로 자본시장에 돈이 몰리는 마당에 중국 기업까지 신경 쓸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흘러나온다. 불투명한 투자처를 만들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부정적 영향이 있겠으나, 악재는 짧고 긍정적 효과는 오래 간다. 증권사의 IPO 수요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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