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4시 무렵, A 씨(55)의 모친(83)이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결국 숨을 거뒀다. A 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고인이 입원했던 병원 인근의 장례식장을 알아보러 돌아다녀야만 했다. 2시간 가까이 장례식장을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어떤 장례식장은 빈소가 없었고, 어떤 장례식장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저녁 6시가 넘어서자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의 위치를 묻는 연락이었다. A 씨는 장례식장을 찾으러 나선 지 3시간 만에 대학병원 내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장례식장 사무실 직원이 분향실로 찾아왔다. 장례식장 이용료 1000만여 원을 선결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빈소·영결식장 임대료, 안치료, 청소비, 음식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A 씨와 그의 가족 등 8명은 신용카드 잔여한도액으로 결제했고, 이마저도 모자라자 A 씨의 적금통장까지 해지해 잔금을 치렀다.
A 씨는 “어머니를 보내는 마당에 돈이 많이 든다고 투정 부릴 수가 없어 별말 없이 결제하긴 했지만, 장례비가 너무 비싸서 놀랐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비싼 장례비 때문에 고인을 맘 편히 보낼 수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울시내의 한 장례식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
그나마 A 씨의 사정은 나았다. 지난 4월에는 장례비가 없어 어머니(86)의 시신을 자동차에 싣고 두 달 넘게 전국을 돌아다닌 아들 B 씨(60)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소 장례비인 300만 원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했고, 이 돈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언급한 A 씨와 B 씨의 사연처럼 과도한 장례비에 불만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김태영 씨(32)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이후 2년 넘게 병상에 누워계셨고, 병원비와 간병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가족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가장 먼저 걱정됐던 건 장례비였다. 조의금으로 잔금을 충당하겠다고 사정하고 나서야 겨우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당에 돈 걱정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아버지를 여읜 슬픔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가족도 이러한데, 저소득층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실제 장례식장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비즈한국>은 서울시내 주요 장례식장 11곳(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중앙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순천향대병원, 서울적십자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성바오로병원, 강동성심병원, 원자력병원)의 빈소 임대료를 직접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은 홈페이지에 빈소 임대료를 공개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모두 24시간 임대료를 기준으로 면적 규모는 평(3.3㎡)을 쓰는 곳이 많아 평으로 환산, 통일했다.
가장 저렴한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장례식장의 21평(27만 8400원)이었고, 가장 비싼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의 240평(480만 원)이었다. 40평 규모의 빈소를 갖춘 장례식장의 하루 임대료는 한양대병원(60만 원), 강동경희대병원(62만 4000원), 원자력병원(64만 8000원), 서울성모병원(76만 8000원) 순으로 저렴했다.
41평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은 각각 71만 원, 108만 원을 받고 있다. 45평 빈소는 순천향대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이 각각 45만 6000원, 6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성바오로병원은 가장 작은 빈소가 61평(80만 원), 가장 큰 빈소가 77평(100만 원)이다.
이처럼 장례식장의 빈소 임대료는 규모 및 위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이번에는 빈소 1평(3.3㎡)당 임대료를 산출해 비교 분석해봤다. 그 결과, 순천향대학병원이 1만 100~1만 2500원대로 가장 저렴했다.
그다음으로 서울적십자병원이 1만 2000~1만 5800원, 원자력병원 1만 2000~1만 7400원, 성바오로병원 1만 2300~1만 3100원, 강동경희대병원 1만 3200~1만 9200원, 한양대병원 1만 3500~1만 5000원, 중앙대병원 1만 4400~1만 8000원, 서울대병원 1만 5000~2만 3600원, 여의도성모병원 1만 6000~2만 원, 서울성모병원 1만 6500~2만 4700원, 강동성심병원 2만 1900~3만 2700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서울시내 장례식장의 빈소 임대료가 규모에 따라 27만~480만 원에 가격을 형성된 반면, 전라남도의 한 소도시에 위치한 장례식장의 빈소 임대료가 눈길을 끈다. 이 장례식장에서는 하루 빈소 이용료가 규모와 상관없이 15만 원이다. 다시 말해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32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 서울시내의 한 장례식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
이에 대해 서울시내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빈소 임대료를 비싼 건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타 장례식장에서 평당 임대료를 1만 5000~2만 원대에 형성하고 있고, 우리도 이에 맞춰가는 상황”이라며 “저소득층의 경우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착한 장례서비스’를 활용하면 절반 정도의 가격에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박준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반값 장례식장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공공병원 장례식장의 문제는 그동안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에서 꾸준히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전환해서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이를 선순환함으로써 이용요금을 낮춘 반값 장례식장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