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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닐스 올라프 3세

2016.08.25(Thu) 17:46:42

올라프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눈사람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요 캐릭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정작 나는 그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다. 그런 나도 캐릭터 이름을 알 정도이니 대단한 인기였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오늘 얘기하려는 올라프(Olav)는 눈사람 올라프(Olaf)와는 이름의 철자가 다르다. 게다가 기사 작위를 받은 귀족, 올라프 경(Sir Olav)이다. 그와 눈사람 올라프의 공통점이라면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만 먼저 말하면, 둘 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 소속인 올라프 경은 최근에 준장으로 진급한 고위 인사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인사(人士)’는 아니다. 그는 펭귄이다.

   
<겨울왕국>의 올라프(왼쪽)와 사열 받는 임금펭귄 올라프. 사진=디즈니·에딘버러동물원

두 올라프의 두 번째 공통점이 이것이다. 둘 다 사람이 아니라는 점. 아, ‘겨울왕국’의 무대는 노르웨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니 공통점이 셋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펭귄이 귀족이 되고 장군이 된 연유는 무엇일까?

조금 오래전 이야기부터 해보자. 약 160년 전에 창설된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에는 군악대도 있는데 여러 국제 군악대 경연대회에 참여해왔었다. 1961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군악대회에 참가한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 군악대의 한 장교가 에든버러 동물원에 있는 임금펭귄들을 눈여겨보고 돌아갔다.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최초로 임금펭귄을 전시하게 된 것은 1914년 노르웨이로부터 선물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가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 장교는 상부를 설득해서 에든버러 동물원의 임금펭귄을 근위대의 정식 마스코트로 삼는 것을 허락받았다.

1972년 다시 군악대회에 참여한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는 임금펭귄 한 마리를 정식 마스코트로 삼고 이를 계획한 장교 닐스 에겔리엔과 당시 노르웨이 국왕 올라프 5세의 이름을 따라 닐스 올라프(Nils Olav)란 이름을 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일등병 정도의 계급부터 시작한 닐스는 승진을 거듭해 2008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고 에든버러 동물원과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 오슬로 병영 두 곳에 동상도 세워졌다. 그리고 올해 8월 22일에는 준장으로 진급했다.

올라프는 임금펭귄(왕펭귄, King penguin)이다. 펭귄 중에서 제일 큰 것은 키가 1m 조금 넘는 황제펭귄(Emperor penguin)인데, 그다음으로 큰 임금펭귄은 키가 1m가 조금 안 된다. 이 외에도 펭귄은 16종이 더 있다. 펭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추운 남극 대륙에서 뒤뚱거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남극해에 분포하는 펭귄은 7종뿐이고 적도 아래의 열대 지방에 사는 것들도 있다.

춥지 않은 곳에 사는 펭귄도 있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편견이 펭귄이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다리가 짧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펭귄의 다리는 길다! 다만 다리가 접힌 상태에서 두터운 지방층에 파묻혀 가렸을 뿐이다. 다음을 읽으면서 따라해보면 펭귄이 얼마나 힘겹게 걷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는다. 그리고 그 자세를 유지한 채로 의자를 뺀다. 벌써 힘들 것이다. 이제 뒤꿈치를 들고 발가락이 있는 앞부분만으로 앞으로 걷는다. 사람으로 치면 펭귄은 그렇게 걷는다.

임금펭귄은 길게는 약 20년을 산다. 1972년에 마스코트로 지정되었는데 어찌된 일이냐 싶을 것이다. 처음의 닐스 올라프는 죽었고, 그다음 다른 펭귄이 닐스 올라프 2세가 되어 계급과 지위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장군이 된 현재의 펭귄은 닐스 올라프 3세다. 남극조약으로 보호되는 종이고 귀여운 외모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펭귄이 대를 이어가며 마스코트가 되어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임금펭귄(왼쪽)과 황제펭귄. 황제펭귄이 펭귄 중에 가장 크다. 사진=에딘버러동물원·Ian Duffy/CC BY 2.0

지난 주 어느 국회의원이 몇몇 회사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용인하는 위법 조항이 있다고 밝힌 뉴스가 나왔다. 문제가 된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이나 장해 시 유족을 우선 채용해준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어느 의원은 이런 ‘고용세습’이 청년고용절벽의 ‘3대악’이어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단다.

회사가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20년 넘게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이 단체협약을 근거로 채용을 요구한 항소심에서 졌다는 뉴스도 보인다. 관련 기사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날을 세운 댓글들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3대째 귀족 자리를 이어받은 닐스 올라프에게 보내는 만큼의 애정과 배려를 우리 이웃에게 보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펭귄만이 귀한 존재는 아니다.

정인철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중앙대학교에서 물리를 전공했고, 지금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물리를 강의한다. 친구랑 수다 떨듯 과학을 이야기하는 과학 알림꾼으로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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