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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청년을 위한 정당은 없다

2016.08.24(Wed) 16:14:16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그들의 선택이 대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20대 지지율에서 10% 남짓한 결과를 받아든 새누리당은 청년층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특정 세대로부터 몰표에 가까운 외면을 받고 대선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청년층의 지지를 쓸어담고 있지만, 청년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보여준 권위적인 모습이 반복될 경우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각 당은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하고 있다. 청년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시켜 20대와 30대에게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야의 청년최고위원 선거는 여의도 정치에 물든 어른들의 선거와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청년이라는 이름을 떼고 보면 더욱 혼탁한 정치판이다.

새누리당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년최고위원이 청년위원장을 겸하게 한다는 새로운 당헌을 발표했었다. 말로는 청년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지도부에서 컨트롤하기 쉽게끔 청년 대표를 일원화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새누리당 청년기구와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의 반대로 무산이 됐지만, 정당 지도부가 청년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8월 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유창수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되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청년최고위원 선거 자체도 아름다운 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탁금과 사무실 등록, 수십만 부의 공보물 제작과 문자 발송만으로도 최소 2억에서 3억 원이 소요된다. 청년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을 뽑는다면서 2억∼3억이 없으면 입후보도 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결국 정당 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청춘을 바친 청년당원보다 재력이 든든한 인물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셈이다. 청년최고위원 선거를 통해 새누리당은 스스로 금수저 정당, 재력가 정당임을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당대회 직전 친박계에서 일사불란하게 오더를 내리고 단일화를 지시했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돈이 많을수록 유리하고 계파에 줄을 잘 서야만 당선되는 선거가 과연 청년다운 선거일까.

청년을 내세우면서 청년을 무시하는 것은 새누리당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 전체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하지만 역시 평범한 청년 정치인은 기탁금과 선거 비용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 더구나 더민주에서는 원내의 김병관 의원이 청년최고위원 선거에 뛰어들었다. 새누리당의 오신환, 신보라 의원 등이 후배 청년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출마를 양보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병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된 인사로 입당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내 청년기구와 손발을 맞춘 적이 없는 원내의 국회의원, 1년도 안 되는 정당 경력, 2000억 원이 넘는 자산. 그에 비해 장경태 후보와 이동학 후보는 10년 넘게 더불어민주당 청년기구에서 활동했으며 최소한의 자금으로 어렵게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것은 김병관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다. 청춘을 바치며 정당에 헌신해도 돈 없고 안 유명하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낱낱이 드러난 사건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청년최고위원 선거를 지켜본 수많은 청년들, 그리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당 활동을 계속해온 청년당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우리 정치권은 청년을 도구로만 여긴다는 사실, 헌신과 열정보다 돈과 인지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나아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어른들은 참 염치가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닐 것이다. 다만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상식적인 원칙을 바랄 따름이다. 원칙과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정치, 청년을 위한 정당은 없다.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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