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Art Market-Artist 5
보통의 삶을 순리로 풀어내는 서정회화-이기숙
작가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화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다. 생활력이 없고 상식이나 일반적 규범을 과감하게 뛰어넘어도 용납되는 사람. 술을 엄청나게 잘 먹고 지저분한 외모를 지녀야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작에 몰두해야 하는 사람. 성격은 거칠거나 괴팍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상한 행위나 버릇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평생 가난하고 외로우며 처절하게 살다가 일찍 죽거나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 사람.
이처럼 왜곡된 화가 이미지가 생긴 것은 매스컴의 역할이 지대하다.
화가도 평범한 생활인이다. 타고난 재주가 있어 그림을 그리고, 이를 직업 삼아 충실하게 살아간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화가는 이런 모습이다. 다만 화가로서 생활을 꾸리기가 마땅치 못하다 보니 자신의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진솔한 예술가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산(2007), 210×65cm, 한지에 흙과 채색. |
화가도 평범한 생활인이다. 타고난 재주가 있어 그림을 그리고, 이를 직업 삼아 충실하게 살아간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화가는 이런 모습이다. 다만 화가로서 생활을 꾸리기가 마땅치 못하다 보니 자신의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진솔한 예술가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기숙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서정적 회화 언어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그는 성실한 생활인이자 지극히 평범한 작가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 생각 속에서 태어나는 그의 회화는 단번에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평범한 그림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기숙은 호흡이 긴 작품 세계를 가진 보기 드문 작가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꾸준한 보폭으로 쉼 없이 달리는 성실한 마라토너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이기숙의 회화는 한국 전통 사유를 바탕 삼은 구성을 택하고 있다. 그림에 주인공이 없다. 산이나 들, 꽃, 풀 등이 등장하는데 화면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다. 어떤 때는 줄지어 늘어서 있기도 하다. 인간이 주인인 자연이 아니라 자연 속에 인간이 손님으로 혹은 일부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그리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가 주도하는 세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다. 자연의 모습이며 그곳에 스민 순리다. ‘낮은 곳을 찾아 스스로 흘러가는 물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던 노자의 향내가 깊게 풍기는 그림이다.
가지많은 상록수(2008), 80×80cm, 캔버스에 한지, 흙과 채색. |
이기숙은 왜 이런 그림을 그릴까.
자신의 삶이기도 한 고만고만한 한국인 삶의 질곡에서 자연의 순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업을 마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런 인간 삶의 패턴이, 언 땅에 물이 오르고 싹이 돋아나고 줄기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순환과 닮아 있다는 깨달음이 이기숙 회화의 핵심인 셈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길러낸 삶의 철학이 담긴 회화이기에 이기숙의 그림에는 공감대가 넓다. 그런데 이기숙 회화의 진짜 매력은 담박한 서정성에 있다. 삶의 고뇌가 짙은 묵직한 주제를 아름답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모나지 않은 형태와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채로 연출한 화면은 두고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감성적 울림이 큰 그림이기에 이기숙의 회화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