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재일동포’라고 부르지만, 그 속내는 좀 복잡하다. 자이니치라는 말도 있고, 재일조선인이라는 지칭도 있다. 조선? 북조선? 간단히 얘기하면, 다양한 경로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우리 핏줄을 뭉뚱그려 그렇게 부를 뿐이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징용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자발적으로 건너간 사람들과 그 후손이 대개 재일동포를 이룬다. 그런데 국적은? 한국, 북한, 일본, 아니면 그냥 조선. 조선은 뭔가. 옛 조선시대 이후 남과 북 어느 나라의 국적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이른다. 망해버린 왕조가 일본 동포의 국적으로 살아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런 재일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바로 오사카, 그중에서도 츠루하시라고 부르는 집단 거주지역이다. 강점기, 그 후 건너온 이들의 상당수가 여기 모여 살았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이 많다. 그 제주 혈통의 오코노미야키집이 있다.
제주 혈통의 오코노미야키집 ‘오마니’의 양행도, 고희순 부부. |
일본에서도 제일로 알아주는 집, 가장 손님이 많은 집, 한국어가 통하는 집. 필자는 근자에 이 집을 두 번 방문했다. 양행도(87)-고희순(82)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들이 운영하는 오코노미야키집 ‘오모니’의 역사를 듣기 위해. 오모니는 물론 ‘어머니’의 일본식 발음이다.
오코노미야키란 철판 빈대떡이랄까,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해산물, 양배추 등을 넣고 부친 후 전용 소스를 발라 먹는 요리다. 양이 많고 싸서 서민의 대표적 음식으로 일본에서 크게 성행하고 있다.
“원래 이 집 이름은 고라쿠(幸樂)라고 했어. 들르는 우리 동포들이 우리말로 그냥 ‘오모니, 오모니’ 하니까 나중에 가게 이름이 그냥 오모니로 바뀌었어요. 한번은 작은딸이 학교 갔다 오더니 울어요. 가게 이름이 오모니라는 이상한 글자여서 놀림을 받았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조선인 차별을 한 거예요.”
그래도 꿋꿋하게 이름을 지켰다. 오코노미야키집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저는 조선학교에서 교원을 하고, 아내가 살림을 했어요. 아내를 만난 건 55년도 오사카에서입니다. 2남 2녀를 낳고 이렇게 살아왔지요.”
교원 월급이 무보수일 때라, 아내의 고통이 컸다. 과일 행상, 호루몬(오사카 특유의 소 내장요리) 포장마차도 했다. 그러다가 지금 가게를 일본인에게서 30만 엔에 샀다. 볶음국수와 오코노미야키를 팔기 시작했다.
이 동네는 야쿠자가 많았다. 그들이 마작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들러서 먹었다. 총이나 칼을 갖고 다니던 놈들이었다. 무서웠지만 먹고살려면 방법이 없었다. 조선인은 취직을 할 수 없었다. 1945년 해방(일본 처지에서는 패전)이 되자 재일조선인에게도 시민 권리가 남아 있었지만 나중에 일본 당국은 그것을 박탈하고 외국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조선인도 일본과 같다는 말은 진정한 허울뿐인 거짓이었다. 취직은 꿈도 못 꾸었다. 일본인이 안하는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해서 생존했다. 소 내장구이집, 밀주제조, 분뇨처리 같은 일이 조선인의 몫이었다. 이들이 나중에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1960년대 한일수교가 다시 이루어지면서 가능했다. 그전에는 그냥 ‘조선인’이었다.
오코노미야키는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해산물, 양배추 등을 넣고 부친 후 소스를 발라 먹는 서민음식이다. 부인 고 씨는 ‘독학’으로 배워 아기 업고 오코노미야키를 구웠다. 먹고살기 위해서. |
고 씨는 석탄과 숯을 때서 오코노미야키를 구웠다. 아기를 업고 졸면서 일했다.
“오코노미 기술이요? 그냥 배운 거지. 독학으로. 내 가게 이후에 경제성장이 되고 도쿄올림픽(1964년)이 열리고 하면서 이 근처에도 오코노미야키집이 많이 생겼어요.”
이 가게는 벌써 50년 역사를 넘겼다.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인 우메다와 난바에 분점도 두 개가 더 있다. 오사카의 명물 맛집이다. 분점은 큰딸이 운영하고 있다. 혹시 오사카에 여행가실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볼 만하다. 오모니 츠루하시 본점 (+81-6-6717-0094). 예약 불가.
박찬일 셰프
서울에서 났다. 1999년부터 요리사로 살면서 글도 쓰고 있다. 경향에 <박찬일셰프의 맛있는 미학>, 한겨레에 <박찬일의 국수주의자>(문자 그대로 국수에 대한 연속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단행본으로 한국의 오래된 식당을 최초로 심층 인터뷰하고 취재한 <백년식당>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