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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남발 제동

2014.05.23(Fri) 10:38:22

이동통신사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현황을 가입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부는 지난 20일 ‘SK텔레콤은 원고 임 모 씨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임 모 씨등 원고를 모아 이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3일 그간 무분별하게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온 이동통신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그간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에 가입자들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 왔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정보수집을 위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그 근거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에만 이통 가입자 4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런데도 가입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느 수사기관으로 어떻게 제공되었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한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자들에게 통지해 주는 절차가 없는 데다가, 통신사에 개별적으로 문의해도 ‘비공개 대상’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피고 SK텔레콤은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 알려줄 경우, 수사기관의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사가 수사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며 공개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의 편의를 들어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가 제공됐는지 확인해 줄 의무가 통신사가 아닌 수사기관에 있다는 피고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서비스사업자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재량권이 있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정보가 어느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으므로 공개의무는 이동통신사업자에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이 이통사로부터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제공받는 일은 수사상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유출된 현황을 알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수사상 편의를 보장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이 이통사들의 위법함을 확인하면서도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아 이통사들이 소송을 걸어오지 않는 이용자들에 대해 통신자료제공 여부를 알려줄 동기를 갖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 항소심에서 이동통신사의 배상책임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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