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법정공방과 투병생활 끝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하지만 CJ그룹은 기쁨도 잠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현 회장 동생 소유의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예고하고 있어 다시금 ‘오너 리스크’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즈한국DB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심의·의결해 대상자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특사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이재현 회장이었다. 대기업 총수 일가 중 특사를 받은 건 이 회장이 유일했기 때문.
앞서 1600억 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 6월 벌금 252억 원의 실형을 면하지 못해 대법원에 두 번째 상고를 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던 지난달 19일 이 회장 측은 돌연 재상고를 취하, 2년 6월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특사로 풀려나기로 정부와 조율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고, 실제 이 회장은 이번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사면 받은 분들 모두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특사 명단에 포함된 보답이었을까. CJ그룹은 지난 14일 “3년에 걸친 총수 공백 위기에도 2020년 매출 100조 원, 해외 비중 70% 등 ‘그레이트 CJ’ 청사진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향후 3~4년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투자 규모 확대를 약속했다.
실제 CJ그룹은 2011년 1조 7000억 원에서 2012년 2조 9000억 원으로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이 회장이 구속된 후 2013년 2조 5600억 원, 2014년 1조 9000억 원, 지난해 1조 7000억 원으로 투자실적이 급속히 추락했다.
이어 CJ그룹은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최근 2년 이 회장 구속기간 중에 CJ그룹은 각종 기업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 회장의 특사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CJ그룹은 현재 동양매직 인수와 관련해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했고, 한국맥도날드 인수에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등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렇듯 이 회장의 사면으로 한숨 돌리려던 이때, CJ그룹이 또 다른 ‘오너 리스크’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한화 등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월 말 전원회의를 열어 ㈜CJ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심의, 결론 내리기로 했다.
관계당국 및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검찰 고발뿐 아니라 과징금 처분, 시정명령, 제재 사실 공표명령 등을 CJ에 내리기로 이미 확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CJ그룹에 제기하는 ‘일감 몰아주기’ 혐의는 CJ CGV가 스크린광고영업 대행 업무를 계열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점이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CGV 극장에서 상영되는 광고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면서 연간 100억 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씨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대표라는 점이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의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정위의 전체회의 상정 일정이다. 이 회장이 특사 받은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이슈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혐의에 대한 공정위의 CJ 조사는 지난해부터 이뤄졌다. 공정위가 서울 상암동 CJ CGV 본사와 대치동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의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도 지난 1월이다. 당시 공정위는 1분기 안에 조사의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미뤄지다 3분기에 와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특사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심의 전체회의 상정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이재현 회장 특사 발표와 맞물렸지만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연결시키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의 결과는 몇 개월 전부터 기다리는 중이었다. 또 CJ만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검찰 고발 등 제재가 이미 확정됐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공정위 측은 “위법성 판단과 조치 여부는 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며 “결정된 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번 특사를 통해 구금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움직이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변화가 없다. 여전히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며 “지금은 이 회장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경영에 공식 복귀할 때까지 손경식 회장 중심의 경영위원회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사로 풀려나고 이틀 후인 지난 1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부친 고 이맹희 명예회장 1주기 추도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추도식에는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 가족과 친인척, 그룹 임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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