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거주하는 A 씨(28)는 에어컨이 있지만 선풍기를 사용한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 잦은 에어컨 사용으로 30만 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누진제도,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절약하자는 아주 좋은 취지이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전체 사용 전력량을 살펴보면 가정용 전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가정용은 13.5%, 상업용도 비슷한 19.9%인 데 반해 산업용은 무려 57.1%나 된다. 하지만 누진제도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사용량이 아주 적은 편이지만, 누진세의 최대치는 10배가량이나 높다.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에 대한 한전의 원가손실액은 2012~2014년 3년간 약 3조 5418억 원에 달했다(‘원가손실액’은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적정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수를 말한다).
그럼에도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력소비를 전력난의 주범으로 몰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가혹한 누진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정부가 누진세를 통해 국민의 돈을 거둬 기업에게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국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도 7월 20일에 누진제 개편 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누진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7월 22일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현행 제도의 개선보다 원전을 증설하는 등 추가건설사업으로 전력을 보충하려는 계획에 치중해 있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제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의 쟁점은 무엇보다 원전 추가건설이라고 본다.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위험’과 ‘효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통해 위험을 체감한 뒤 원전 축소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반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원전 외에는 없으며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위험과 효과라는 평행선상에서 합의점이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두 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첫째, 과연 최선인가?
원전 증설 또는 폐기에 앞서서, 현행제도 개선으로 전력난을 줄일 방법을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과연 안전한가?
국제원자력기구는 2012년에 안전규제지침을 제시하면서 다수의 원전이 한 지역에 집중되는 부분에 대한 위험도를 충분히 고려할 것을 추가로 항목에 반영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원자력기구의 요구사항이 이번 심사에서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의문이다. 지진 등에 대한 부지 안전성 검증이 불충분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도 있다.
8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중 5명, 즉 정부추천 2명, 국회추천 3명이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라, 임기 만료 전에 졸속 심사를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후임 위원 선임이 끝난 이후에 차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숙고해서 결정했어야 할 문제였다.
2011년 대참사를 겪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는 약 16만 명이 거주했지만, 우리나라 고리·신고리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내에는 무려 380만 명이 밀집해 살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전력난을 대비하기 위한 원전 추가건설에 앞서 현행제도의 개선으로 건설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고, 현재 있는 원전 또한 국민이 납득하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앞으로 원전은 점차적으로 폐기하고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배관구 전 부산 사하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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