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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구글에게 지도를 줘야할까? 말아야할까?

2016.08.12(Fri) 17:01:24

우리는 다양한 지도 앱을 사용한다. 길 찾을 땐 네이버 지도, 운전할 때는 김기사, 지하철 탈 땐 지하철 앱, 버스 탈 땐 버스 앱을 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어떨까? 구글맵 하나면 충분하다.

해외에서는 구글맵의 성능이 부쩍 좋아진다. 국내 서비스에서 접할 수 없는 3차원 지도, 실내 지도 기능 등을 쓸 수 있고, 내비게이션은 다른 앱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구글이 10미터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오차가 없다. 통신이 끊겨도 GPS로 길을 끝까지 안내한다. 구글 지도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다. 

우리는 왜 구글맵 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걸까? 정부가 구글이 달라고 하는 지도 데이터를 주지 않아서이다.

 

#구글 지도 반출은 국가 안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 북한과 휴전상태이다. 때문에 정부가 갖고 있는 지도에는 군사시설 등의 국가기밀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에게 국가 지도를 돈 버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내주는 일은 걱정되는 일이다. 군사 기밀이 담긴 지도를 유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 문제에서 국가안보는 별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지금은 2016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위성서비스를 활용해 군사시설을 찾아볼 수 있다.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에 구글은 위성사진은 군사 기밀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라고 답하고 있다. 정부도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국가안보 문제로 지도를 구글에게 반출할 수 없다는 말은 별로 설득을 갖지 못한다. 

 

#지도를 주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구글과 국내에서 경쟁해야 한다

지도 반출이 되는 순간 자체 기술로 서비스하는 국내 지도 업체는 순식간에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국가가 준 지도 데이터로 만들어진 ‘완전체’ 구글지도에서는 내 위치를 잘못 알려주거나 엉뚱한 길을 알려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 구글 지도는 이 사진과 달리 내 위치와 100m 정도 차이가 나는 일이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지 않다. 사진=휴대전화 화면 캡처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비즈니스.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누가 지도 서비스를 쥐고 있는가?’는 더 이슈가 되고 있다. 음식 배달은 물론 무인자동차, 드론을 통한 물건 배송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국내 기반인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이 더 나은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 조금 늦더라도 구글처럼 지도를 만들어서 국내에서 O2O도 본인들이 선도하고 싶어할 것이다.

 

#세금도 안 내는 구글한테 왜 지도를 줘야 하나?

세금과 경쟁의 공정성 관련 문제도 있다. 구글은 국내에 고정사업장과 서버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구글이 한국에서 유튜브, 검색광고 등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알 수 없고, 구글에게 세금을 걷을 수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한 푼 못 거두는 ‘얄미운 구글’에게 ‘공들여 만든’ 지도를 내줄 마음이 생길 리 없다. 국가에 많은 세금을 내고 장사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이 더 좋은 기술을 가진, 세금도 안 내는(이윤율이 높은) 기업을 감당해내기도 어렵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구글은 국내에 고정사업장과 서버를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글 지도는 전 세계인이 쓰는 서비스이므로 보안과 서비스 품질을 위해 세계 곳곳의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구글이 세금 안 내고 장사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 같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구글은 글로벌 IT기업 관점에서 가장 이윤이 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IT기업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수많은 글로벌 IT기업이 있다. 구글에게 국내에 고정사업장과 서버를 두게 하고 세금을 걷게 되면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IT기업에게도 세금을 걷어야 한다.

구글 지도 반출 이슈는 ‘글로벌 경제’ 이슈이자 ‘글로벌 경쟁’ 이슈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국경 없는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규제하고 세금을 걷는 것은 하나의 국가가 말끔히 해결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까?

우버, Lyft(우버의 경쟁사), 나이앤틱(포켓몬고)은 구글 지도를 활용하여 빠르게 성장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설립된 지 7년도 안 된 세 기업의 기업 가치는 약 76조 원(우버 65조 원, 리프트 6조 원, 나이 앤틱 5조 원)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생긴다는 것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경제 원동력이자 국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버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기사와 승객을 중개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아니다. 우버는 무인 자동차 시대를 만들고 선도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기업이다. 나이앤틱은 증강현실이라는 미래를 포켓몬고를 통해 수억 명의 눈앞에 가져다준 회사이다. 단순히 게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 드론이 배달을 하고
   
▲ 로봇이 배달을 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구글 지도는 무인 자동차, 증강현실뿐만 아니라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등 미래 먹거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은 이러한 비즈니스로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도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

구글 지도 반출 문제는 글로벌 경제 이슈이자 글로벌 경쟁 이슈이다. 확실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신 기술 기업을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뒤처지게 된다. 이미 우리는 많이 뒤처져 있다. 이커머스 결제는 아직도 복잡하고, 서울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1주 전에 국방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 증강현실(AR), 가상현실 모두 마찬가지이다.

   
▲ 수방사에서 배포 중인 드론 비행 가이드 포스터.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창조경제’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인데, 우리는 과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경제를 창조하고 있는가? 얄미운 구글이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가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슈다.

김태용 트웬티 기획자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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