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을 갑자기 열었다. 애플뮤직은 우리나라에서 곧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다. 애플 마니아들을 비롯해 아이폰 이용자들이 기다리던 서비스지만 그 의미와 대중적인 성공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에 진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 서비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 애플뮤직이 뭐길래
애플뮤직은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곡 단위로 구매해서 듣는 게 아니라 월 단위로 이용료를 내고, 그 기간 동안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무제한으로 음악을 재생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멜론이나 벅스뮤직이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이다.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스포티파이’가 이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음악의 소비 형태가 CD를 통한 음반 구입에서 인터넷으로 원하는 곡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바뀌다가, 다시 보관도 필요 없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온라인’인 모바일 기기가 있다.
애플도 이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애플은 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애플 스스로가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을 ‘판매’하는 방식을 이끈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아이튠즈는 여전히 아이폰과 맥을 콘텐츠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지난 8월 5일 갑자기 문을 열었다. |
스트리밍은 음악을 갖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서비스다. 게다가 한 달에 일정 비용을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음원 판매와 직접 부딪치게 된다. 물론 여전히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고, 고품질의 음원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하고 언제든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점차 음악을 듣는 패턴이 ‘인스턴트’로 바뀌고, 소비의 단위도 앨범이 아니라 곡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음악 시장과 소비자는 원치 않지만 지금 누구도 이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게 지난 6월 등장한 것이 애플뮤직이다. 애플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해 일본, 유럽 등 기존 아이튠즈 시장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넓혀왔다. 서로 겹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서비스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애플뮤직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다음 시장으로 한국이 꼽혔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튠즈를 비롯한 콘텐츠 사업을 국내에서 하지 않았고, 그동안 몇 차례 소문이 돌았지만 번번이 없던 일로 돌아갔기에 속단은 어려웠다. 일단 미국과 국내의 콘텐츠 계약 구조 자체가 달라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소문을 사실로 확실하게 못 박은 것은 기존 시장이 애플뮤직의 계약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 것에서 시작한다. 결국 8월 5일 서비스는 시작됐고, 우리나라의 애플 이용자들은 처음 만나는 애플의 콘텐츠 서비스에 반갑지만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
일단 애플뮤직은 가입 신청하는 날부터 3개월 동안 무료로 써볼 수 있다. 당장 오늘 신청하지 않아도 처음 이용자라면 언제든 가입 이후 3개월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애플뮤직 요금은 한 달에 7.99달러(약 8740원)다. 국내에서 대중화된 멜론이나 벅스뮤직 등이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보통 3000∼5000원대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6명까지 동시에 쓸 수 있는 가족 요금제가 11.99달러이기 때문에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어 쓴다고 보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애플뮤직 요금은 국내 서비스를 의식한 탓인지 해외보다 낮다. 미국 기준으로 애플뮤직은 한 달에 개인이 9.99달러(1만 930원), 가족이 14.99달러(1만 6400원)다. 여기에 세금을 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부가세를 포함해서 7.99달러, 11.99달러(1만 3120원)다.
한국 요금은 미국에 비해 개인은 2달러, 가족은 3달러 싸다. |
요금이 해외보다 싼 것에 대해 애플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너무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값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부분 세계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같은 값에 판매하는 애플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음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애플뮤직은 약 3000만 곡의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곡들이 꽤 있다. 음원 사용 계약과 심의 문제로 국내에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많이 가려진 곡들은 이른바 ‘K팝’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음악들이다. 현재 아이유나 아이오아이(IOI)를 비롯해 적지 않은 곡들이 애플뮤직에서 보이지 않는다. 애플뮤직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곡도 있지만 상당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는 서비스되지만 국내에서만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저작권을 함께 갖고 있는 회사의 레이블들이 가려져 있는 것을 보면 음원 문제라기보다 스트리밍 업체 입장에서 국내에서 애플뮤직을 견제하기 위해 음원을 묶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음원 사용권 문제는 모든 스트리밍 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자,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이 문제 때문에 요금을 내렸다고 보기도 쉽지는 않다.
애플뮤직과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의 음악 취향을 따져보는 게 좋다. 우리나라 음악 위주로 듣는다면 아직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가 훨씬 많은 곡을 갖고 있다. 고음질 음원 경쟁 때문에 무손실 음원도 많다. 반면 해외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 등 국내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음원은 애플뮤직이 우세하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도 애플뮤직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는 애플뮤직 애플리케이션(앱)이 등록되어 있고, 이 앱을 통해 아이폰과 똑같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핫클릭]
·
혁신 없는 ‘필요충분’…아이폰7 좋게 보기
·
[얼리어답터] 아이폰7 공개가 기대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