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8일 시행예정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으로 인해 자영업 시장도 덩달아 혼란에 빠졌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투명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자영업시장은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자영업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매판매 및 음식업종의 업황 전망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영세자영업자인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5년 하반기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으나 2015년 하반기 이후 상대적으로 사업체 규모가 큰 자영업자인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소득여건이 나빠지면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월 현재 총 564만 명의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7.4만 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6.6만 명으로 파악됐다. 고용원 유무로만 판단한다면 김영란법으로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영업자가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시장이 암흑기를 맞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으로 웃음꽃이 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도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상대적 프리미엄이 부각된 편의점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출처=BGF리테일 |
LIG투자증권은 최근 김영란법에 의해 편의점이 타 업태 대비 상대적 프리미엄이 갈수록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며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는 25만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영란법이 고가의 선물세트와 상품권의 판매비중이 높은 추석과 설날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편의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물세트 단가가 낮고 판매비중이 적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반면 상품권 판매 비중은 적어 김영란법의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는 GS리테일도 가맹점 1만 점 돌파 효과로 실적 반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고가선물에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의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사조, 오뚜기 등 국내 가공식품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9일 내놨다.
이같은 장밋빛 분석에도 불구하고 실제 편의점 운영자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경기도 성남에서 대기업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편의점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는 본사에만 해당하는 것 아니냐”며 “운영자들의 수익률은 나아지지 않고 최저임금도 매년 오르는 상황이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김영란법 호재가 편의점에 얼마나 작용할지, 역시 본사만 웃는 것은 아닌지, 섣불리 김칫국을 마시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2월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빅3 브랜드만 2만 8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4만 개를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BGF리테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27억 원으로 작년보다 2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조 2725억 원으로 14.6%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524억 원으로 23.9% 증가했다. 같은 날 BGF리테일 주가는 20만 500원에 마감해 시가 총액은 4조 9672억 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CU 사업 호조로 BGF 리테일 시가총액이 5조 원에 달하고 홍석조 회장 일가 보유주식 가치는 3조 원에 육박, ‘편의점 갑부’가 탄생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김영란법 시행이 편의점 본사는 물론 편의점 가맹점주의 얼굴도 웃음꽃이 피게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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