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를 매각한다.” “합병설은 사실이 아니다.” “대표이사가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는 경영공시는 기업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반대로 기업의 과거 공시를 보면 해당 기업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때그공시’ 코너에서는 과거의 공시를 통해 현재 한국 기업의 히스토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늘, 2012년 8월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호산업은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케이스톤)에 금호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날·대우건설 주식 등에 대한 매도거래가 종결됐다”는 합병 등 종료보고서를 공시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금호아시아나 건물 전경. |
금호산업이 IBK-케이스톤에 매각한 자산은 금호고속 주식 100%(1000만 주)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38.7%(148만 6236주), 대우건설 12.3%(5104만 2007주) 등으로, 매각가는 7965억 원이었다. (본래 양수도금액은 9465억 원이었지만, 금호산업이 거래 상대방인 IBK-케이스톤에 1500억 원을 출자해 차감됐다.)
금호산업 측은 해당 자산 양수도 목적에 대해 “일부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 및 재무건전성 제고, 대외신뢰도 회복 도모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2012년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호고속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우건설 등의 지분을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분 100%를 매각한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삼구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금호고속의 전신은 지난 1946년 고 박인천 창업주가 광주에서 설립한 광주여객자동차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인 것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재매입을 염두에 두고 금호고속 지분에 대해 2년간 매각 유예와 우선매수협상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 서울고속터미널 호남선 승차장에 정차해 있는 금호고속 버스들. |
이후 2년이 흘렀다. 금호고속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우선매수협상권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IBK-케이스톤은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각가를 두고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IBK-케이스톤은 5000억 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보다 낮은 2000∼3000억 원의 가격을 내건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 당시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금호고속과 별개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걸린 금호산업 인수전도 진행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6월 금호고속은 지난해 6월 금호터미널이 지분 100%를 4150억 원에 재매입하면서 그룹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금호산업 인수전에 매입 자금이 필요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매입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금호고속을 칸서스HKB사모펀드에 3900억 원을 받고 다시 팔았다. 다만 이번에도 금호터미널은 2년 3개월 안에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에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콜옵션 만기일인 2018년 1월보다 1년 이상 앞당기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위해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16년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70주년이다. 2012년 8월 9일 공시를 통해 그룹의 품을 떠난 ‘모태’ 금호고속. 금호고속이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정착해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