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75년 제1차 석유파동으로 원유수출을 금지한 이후 39년 만에 원유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 이유는 자국의 셰일오일 붐으로 인해 원유와 가스 생산이 늘어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2~3위를 다투는 산유국인 미국이 본격적으로 석유수출에 나서면 세계 석유시장을 뒤흔들 수 있어 비상IEA, “美, 원유생산 사우디 넘어설 것”
지난 12일 ‘제5차 클린에너지 장관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유수출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존 포데스타 백악관 선임고문도 원유수출재개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토론회에서 미국의 원유 수출 허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생산량 동향 및 미국 내 정유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원유수출재개를 검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셰일가스 붐’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의미한다. 셰일가스는 시추 기술이 발달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 미국 해안에 매장된 해양석유와 오일샌드(원유를 포함한 모래) 개발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하루 산유량은 820만 배럴. 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957만 배럴)에 근접한 양이다.
IEA는 “2017년이 되면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1,100만 배럴에 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원유 생산이 늘자,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들이 정부에 원유 수출 재개를 요구해왔다. 여기에 의회도 가세하며 원유 수출 재개에 힘이 실렸다.
미국이 원유를 수출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김범준 차장은 “미국이 원유수출을 재개한다면 공급량이 증가돼 유가가 하락할 것이다. 국제원유가격이 떨어지면 한국의 수입 물가가 내려가므로 내수경기가 좋아질 것이다. 수출기업들의 채산성도 향상될 것이다. 항공과 해운 등 석유소비가 많은 업종이 혜택을 볼 것이고, 한전도 이득을 볼 것이다. 전력 생산엔 석유와 같은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전기세 인상요인이이어 그는 “다만 미국의 원유수출 재개와 관련해 정확하게 결정된 건 없다. 따라서 그 영향력이 어떨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쉽지 않다. 순수한 경제적 목적으로 보기도 힘들다. 지금으로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그는 “유럽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원유 수출 카드를 내놓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김선래 연구교수는 미국의 원유수출재개는 대러시아 압박카드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의 셰일가스가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사업은 시추와 파이프라인, 정제설비, 액화설비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셰일가스와 오일을 수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셰일가스 수출을 위한 액화설비가 갖추어지려면 2016년은 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 한다그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제는 현재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국가에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에너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무역 수익의 60% 이상이 에너지 수출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 유가가 10% 정도 내리면 러시아 수출이 400억 달러가 줄고 연간 러시아 GDP가 4% 정도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에너지로 얻은 수익은 푸틴 정권의 자금원으로미국과 중-러 사이에 낀 한국
김선래 교수는 “미국의 원유수출 재개는 향후 펼쳐질 미국 VS 중-러 라는 세계구도와 연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이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미국이란 공동의 경쟁 상대를 가지고 있다. 두 나라가 공동전선을 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크림 자치 공화국 합병 등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미국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를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지난 3월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도 러시아에 편입하겠다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데사, 자포리지아,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하리코프 등 러시아 인구가 40%가 넘는 주의 독립김 교수는 또 “미국 VS 중-러 라는 세계 구도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는 중국에 정치·군사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영향력이 차츰 커지고 있어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들 나라들이 우리에게 입장을 확실히 하라고 요구할 시점이 가까워 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능동적이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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