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허리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이 전체 산업을 이끈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의 경쟁력확보는 미래 우리 산업시장을 강화하는 핵심요소가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성장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3년(‘11~13년)간 중소기업을 졸업한 초기 중견기업 239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졸업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법인 설립 후 중소기업을 졸업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9.4년으로 집계됐다.
기간별로는‘10년 이상~20년 미만’이 30.5%로 가장 많았고,‘20년 이상~30년 미만’도 26.4%나 됐다. 또‘10년 미만’(25.1%), ‘30년 이상’(18.0%) 순으로 나타났다. 내수기업보다 수출기업의 졸업기간이 평균 2.5년 더 짧았고,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평균 17.8년이 걸린데 비해 내수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평균 20.3년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돼 기업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한국]은 국내 중견기업들의 성장에 어떤 비밀이 있는 알아봤다.
◆성장속도 높이려면, 해외시장 뚫어야
이번 조사에서 최성호 경기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판로 개척이 중요함을 보여준다”며 “중견기업 성장촉진을 위해 공급망o판로 등을 글로벌화 하는 정책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 졸업 후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단점이 크다’는 답변이 57.4%로 ‘장점이 크다’(9.9%)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비슷하다’ 32.7%>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중견기업들의 소규모 자영업시장 피해를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중소기업 졸업의 장점으로는 ‘기업위상 제고’(52.7%), ‘규모의 경제효과’(13.7%), ‘인력확보 용이’(12.2%), ‘민간자금 조달 용이’(10.7%), ‘기업간 협상력 증대’(9.2%) 등을 꼽았다. 반면 중소기업 졸업 후 줄어드는 지원책 가운데 가장 아쉬운 사항으로는 ‘세제지원’(77.0%)을 가장 많이 들었고, 이어 ‘정책자금 지원’(12.6%), ‘인력지원’(4.9%) 등을 꼽았다.
우리 중견기업들의 고민은 어디에 있을까? 통상적으로 중소기업 졸업 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R&D 등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낸 기업들은 다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하면 당장 사업은 영속성을 가지지만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란 지적이다.
중소기업 졸업 후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활동 증감을 묻는 질문에 ‘늘었다’(29.7%)는 기업이 ‘줄었다’(4.6%)는 기업보다 많았다.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65.7%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67.8%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해,‘이미 확보했다’ 32.2%가 중견기업의 성장을 이끌 신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경영요소는‘판로확보’(34.7%)다. 다음으로는‘R&D’(22.2%), ‘신산업 진출’(15.5%), ‘인력확보’(10.9%)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해외진출’10.5%, ‘M&A’5.0%, ‘기타’는 1.2%였다.
이와 함께 현재 내수와 수출 비중을 묻는 질문에서는 ‘내수비중이 높다’(68.6%)는 응답이 많았고, <‘비슷하다’ 16.8%, ‘수출비중이 높다’ 14.6%>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내수에 집중할 것’(63.9%)이라는 답이 ‘수출에 집중할 것’(36.1%)이라는 답보다 많았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들은 큰 위험을 감수해 높은 성장성을 도모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려는 경향이 짙다”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R&D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정부는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악화 매출액증가율 큰 폭 감소 ... 고용증가율 변동 없어
이와 함께 대한상의가 조사대상 239개 중견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졸업 전후 매출액 증가율과 고용 증가율이 다소 차이를 보였다. 조사결과 졸업 직전 3년 평균 16.2%였던 매출액 증가율은 졸업 후 1~3년 평균 2.7%로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변동하는 추세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경기영향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용증가율은 졸업 전 7.1%에서 졸업 후평균 6.2%로 경기영향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작년 하반기 정부가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고자 마련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정책’에 대해 절반이 넘는 기업이 ‘잘 모른다’(57.7%)고 답했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42.3%에 그쳐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정책을 알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세제지원’(5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판로개척’(13.6%), ‘자금조달’(11.4%), ‘R&D’(6.8%) '인력확보'(6.8%)가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선 순환하는 성장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할 때 경제의 역동성이 배가될 것”이라며 “중견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08%에 불과하지만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자리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중견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판로확보와 R&D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중견기업의 경쟁력확보는 매 새정부 출범에 화두였지만, 수십년간 큰 변화없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한 중견 기업 대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말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정책입안자를 포함한 공무원들이 아는지 아쉽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이제라도 무엇이 이들 중견기업들에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