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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레스토랑’ 지역경제 살리는 일본 관광열차

2016.08.04(Thu) 13:08:25

호화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관광열차가 일본에서 인기다. 단순히 열차의 식당칸 개념이 아닌, 요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특화시킨 관광열차라 할 수 있다. 일명 ‘달리는 레스토랑’으로 유명 레스토랑에서 먹는 듯한 맛과 분위기를 구현한 것이 특징.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까지 불러 모으며 레스토랑열차는 신나게 달리고 있다.

사실 일본 하면 ‘철도 왕국’이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관광열차는 스위스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명성에 걸맞게, 일본 열도는 철도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각 고장마다 산악열차, 온천열차, 바다열차 등 다양한 콘셉트의 관광열차가 즐비하고,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기차역 도시락만 2000가지가 넘는다. 관광전용열차는 1983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일본철도가 유럽풍 인테리어로 개조한 ‘블루트레인’을 만든 게 그 시작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전국에서 기차 여행의 매력을 살린 다양한 관광열차가 등장했다.

1986년에는 좌식 테이블과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열차가, 1988년에는 바다가 잘 보이도록 좌석을 비스듬히 배치한 관광열차(아쿠아익스프레스)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이후 호화침대열차부터 족욕실을 갖춘 객차까지, 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도록 꾸며졌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포켓몬트레인, 근사한 와인바를 구비한 열차 등 타깃을 확실히 정한 상품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이러한 관광열차들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최신 트렌드는 ‘요리’다. 원래 식당칸은 장거리 열차에 필수적으로 딸려 있었지만, 효율화를 문제로 감소 추세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 접어들어 ‘레스토랑열차’라는 새로운 스타일로 정립하게 된다. 여기에는 여행 형태와 스타일의 세분화가 배경으로 꼽힌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창밖 경치를 즐기면서 현지의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다는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풀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세이부철도의 52석 궁극의 행복 열차.

수요에 힘입어 2013년에는 기존의 열차를 고급스럽게 개조한 레스토랑열차가 지역 관광지로 퍼져나갔다. 아예 식사를 즐기는 것이 메인인 관광열차다. 좌석은 일반 레스토랑처럼 편안하게,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전용 주방을 갖춰 열차 안에서 갓 조리된 요리가 제공된다. 현지 요리사가 탑승해 그 지역의 특산물로 요리를 만든다는 점도 특색 있다. 이로써 현지 농수산물 생산자와 음식점 협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보탬이 될 전망이다.

열차만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수준급 요리가 나온다면, 이성과의 만남에서 이보다 좋은 장소도 없을 터. 최근에는 단체미팅이나 맞선 장소로도 레스토랑열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레스토랑열차 승객은 아직까지 50∼60대가 많지만, 지역의 음식과 만남을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층 이용률도 증가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대표적인 레스토랑열차와 메뉴이다.

 

다루미철도 ‘시시나베 열차’

시시나베(전골요리)를 먹으면서 맞선파티를 하는 열차다. 싱글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12월부터 2월까지 매주 목요일 운영된다. 몸과 마음이 유독 시린 겨울에 색다른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예약은 필수. 가격은 5500엔(약 6만 원). 

   
전골요리를 먹으면서 맞선파티를 하는 시시나베 열차.

세이부철도 ‘52석 궁극의 행복’

4칸짜리 차량으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풀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3호차가 오픈 키친으로 돼 있어 요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세이부철도 관계자는 “향후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쿄 도시마엔역을 출발해 사이타마현 세이부지치부역까지 여정은 약 3시간. 가격은 1만 엔(약 11만 원). 

 

이스미철도 ‘레스토랑 키하’

전원지대를 느릿느릿 운행하는 레트로 차량이다. 새우가 메인인 풀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디저트와 와인 코스를 따로 마련해 여성들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화과자와 단팥죽을 제공하는 디저트코스는 우리 돈으로 1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인기가 많다. 여정은 약 2시간.

   
현지 요리사가 동석해 참마를 갈아주고 건강식을 선보이는 ‘참마열차’.

아케철도 ‘참마열차’

기후현 지역 특산물인 참마를 맛볼 수 있는 한 칸짜리 작은 열차다. 현지 요리사가 동석해 그 자리에서 참마를 갈아 요리해준다. 식단은 모두 건강식에 중점을 뒀다. 소요시간은 1시간. 가격은 4000엔(약 4만 4000원).

 

히사쓰오렌지철도 ‘오렌지식당’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 등 규슈 해안 철로를 달리는 관광열차. 조개, 오징어, 레몬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일품 메뉴가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해변에서 자유 산책 시간을 갖는 등 일정이 비교적 여유롭다. 시간에 따라 메뉴가 다르며, 가격도 조금씩 다르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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